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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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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은 뒷전…총수일가 지배력확대 수단 전락한 '공익법인'

비과세혜택 불구 고유목적사업 비중 30%대…"무늬만 공익"

2018-07-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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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에 나선 것은 그간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와 다르게 세금 부담없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본래의 역할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공익법인은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의 총 주식 중 5%까지 보유하는 것을 기부로 보고 상속·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공익법인의 비과세 혜택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구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우선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은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지배하고 있고, 그룹 내 핵심·2세 출자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동일인(총수)·친족·계열사 임원 등 총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로 참여하는 비중이 83.6%(138개)에 달했다.
 
이는 현직 임원만 포함된 것으로, 전직 임원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도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미치는 이사의 비중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총수·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장 또는 대표인 경우도 59.4%(98개)에 달했고, 총수·친족 등 총수일가가 대표자인 경우도 41.2%(68개)나 됐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자산 구성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1.8%로, 전체 공익법인에 비해 4배나 많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 가운데, 66개(40%) 공익법인이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66개 공익법인은 대부분 총수있는 집단 소속으로 총 108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이었고, 이중 대표자가 총수일가인 경우가 많았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주로 주력 회사, 상장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총수 2세가 주식을 보유한 곳과 관련이 있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총 주식의 5~10%까지 보유하면서 세금 혜택도 받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 주식에 대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또 이들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100% 찬성해 총수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편법 지배력 확대 등 꼼수를 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학술·자선 등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하는 수입·지출 비중은 각각 30%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체 공익법인(60%)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들은 총수일가 및 계열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내부 통제 및 시장감시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65개 공익법인 가운데 총수 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은 100개(60.6%)에 달했다. 공익법인과 계열회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 계열회사만 이사회 의결과 공시 의무가 있고, 공익법인은 없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보면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공정위 발표에 대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사실상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늬만 공익법인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익법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함과 동시에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계열사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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