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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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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 내부거래 되레 급증…규제 사각지대서 '껑충'

최근 3년새 8조→14조 증가…지분매각·간접지분으로 규제 회피

2018-06-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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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사정당국의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매각과 자회사 설립 등 규제 사각지대 '꼼수'를 통해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실태에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김상조식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내부거래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5.7%(160개사)였던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11.4%(159개사)로 반짝 떨어졌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해 2017년 14.1%(203개사)까지 늘었다. 내부거래 규모도 2013년 12조4000억원에서 2014년 7조9000억원까지 줄었다가 2017년 1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14년 2월부터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같은 규제는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기존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행위 규정만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규제 도입에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태는 바로잡히지 않았다.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만 규제가 적용되고, 상장회사의 규제기준이 비상장회사와 달라 자회사 설립·지분 매각 등을 통한 규제 회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때문에 그간 규제의 실효성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됐고, 국회에서도 상장회사의 규제범위 확대·총수일가 지분율 요건 산정시 간접지분율 포함 등을 담은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기도 했다.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봐도 규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실제 규제 도입 직후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감소했다가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 56곳의 경우에도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늘었다. 2013년 13.4%, 4조원이었던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는 규제 도입 직후 11.6%, 3조4000억원으로 일시적 하락한 뒤 3년 연속 상승해 2017년 14.6%,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보다 낮은 규제 사각지대 회사들은 규제 대상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이상 30% 미만이어서 사익편취 규제를 벗어난 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20.5%(6개사)에서 지난해 21.5%(4개사)로 늘어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는 내부거래 비중은 작았지만, 회사당 평균 내부거래 규모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유지해 규제대상 회사(500억~900억원)보다 더 많았다.
 
2014년 규제 도입 이후 규제 대상에서 빠진 8개 회사(이노션·SK디앤디·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이앤티에스·싸이버스카이·영풍문고)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난해 26.6%로, 2014년(29.5%)보다 줄었지만 거래 비중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규제 대상이 아닌 자회사의 경우에도 모회사 지분율이 80% 이상인 자회사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이유로 사익편취 규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규제도입 전후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내부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사익편취 규제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상장사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추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간담회를 통해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예고한 만큼, 이번 조사결과가 제도 개선에 당위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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