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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열

출장비 떼먹기에 여론 조롱…바닥 드러난 LH 도덕성

지역·직급 무관 가짜 출장비 5억원 육박…비판 여론엔 익명 기대 비아냥

2021-03-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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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3기 신도시 땅 투기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엔 내부 직원들의 도덕성 문제에 휘말렸다. 전국 곳곳에서 사원부터 부장까지 수억원에 달하는 출장여비를 부당 수령했고, LH 비판 여론을 조롱하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LH 내부의 도덕성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진/뉴시스
 
11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LH임직원 출장비 부정수급 자체조사 결과(감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출장비를 부당 수령한 임직원이 2898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허위로 받은 출장비는 4억9228만원에 달했다. 5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실제로는 출장이나 현장업무를 가지 않았으나, 갔다고 허위로 보고하고 받은 가짜 수당이다. 
 
LH 내부 직원들의 도덕성 해이가 심각한 모습이다. 특히 출장비 부당 수령은 지역과 직급에 관계 없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H 감사실이 지난해 12월7일부터 5일간 전 부서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직기강 점검 감사 처분 요구서를 확인하면, 대전충남지역본부 지역재생건설사업처의 한 사원은 7회에 걸쳐 비상주 현장체재비 35만원을 수령했으나, 실제로는 현장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소속의 주임 직원은 5번의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 보고하고 20만원을 수령한 게 적발됐다. 
 
경기지역본부 건설사업처에서도 사원이 비상주 현장체재비 10만원을 신청했다가 취소됐다. 경기지역본부 주거복지사업처 부장대우 직원은 32회의 허위 출장으로 126만원을 받아 회수 조치와 감봉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강원, 인천, 서울, 대구, 전북, 충북 등 지역 곳곳에서 가짜 출장비 수령이 파악됐다. 
 
진주 본사도 마찬가지다. 인사관리처 법무실, 경영관리실, 공공주택기획처, 공공주택사업처, 공정계약단, 부동산금융사업관리단, 사업계획실, 연구지원처, 홍보실 등 출장비 부당 수령 사례가 전방위적으로 나왔다. 심지어 LH 부설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에서도 가짜 출장비를 받은 직원이 있었다. 
 
LH 땅 투기에 분노하는 여론을 상대하는 모습에서도, 바닥으로 떨어진 LH 직원들의 도덕성이 드러난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LH 직원 인증을 한 이용자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라며 차명으로 투기하고 정년까지 다닐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다른 이용자는 LH 본사에서 농민들이 항의하자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린다”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란 법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블라인드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자 LH는 바짝 엎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LH는 “블라인드는 현직 외에도 파면, 해임, 퇴직자 계정이 유지될 수 있어 게시글 작성자는 우리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며 “전 직원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성찰과 자숙으로 재발방지대책 시행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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