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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데이…완성차업계는 '기대 반 걱정 반'
"차 구매 기준은 복합적 요소 작용" VS "스페이스X처럼 성공할 경우 미래 암담“
2020-09-22 16:21:47 2020-09-22 16:21:47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신기술을 공개할 수 있을까. 아직 완성체업계는 기대 반 의심 반이다. 국내 업계는 테슬라의 기술이 적어도 전기차 시장의 규모 자체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악재보다는 호재가 될 것으로 우세하게 전망했다. 다만, 테슬라의 돌풍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감도 드러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5시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소재 공장에서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배터리데이를 개최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 제조원가를 떨어뜨리는 신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배터리데이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된다. 
 
관람객들이 테슬라의 모델 3 전기자동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터리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동차업계의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기술의 핵심인 배터리의 주행거리와 전기 저장량을 늘린 기술을 공개한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는 최대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제조원가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세계 완성체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뜻밖에 자신만만한 반응이었다. 이유는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기준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신기술을 발표한다 한들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브랜드, 디자인, 차량 기능, 인터페이스, 옵션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배터리 자체 성능만 비교 분석해 제일 좋은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만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며 주행거리가 길어지면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인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제 구매 고객 개인마다 자동차의 사용패턴이 다른데 일정 수준까지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면 그 이후에는 브랜드 가치, 디자인, 옵션 등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에는 감성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며 "일례로, 자동차 내부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죽 시트의 종류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분이 다르며, 버튼을 누를 때 느낌, 사용기능의 편의성 등이 관여하기 때문에 단순 배터리 용량으로는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완성차의 부드러운 주행 능력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전기차가 시장을 휩쓸었지만, 실제 테슬라를 타본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테슬라 전기차는 이질감이 있다'고 평가한다"며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사람이 테슬라의 전기차를 타면 모터 작동 방식이 달라 내연기관차처럼 부드러운 주행 느낌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측면에서 아직까지 완성차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신기술로 전기차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시장 파이 자체를 커지게 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것이 자동차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아직 미비한 시장인데 테슬라의 기술로 업계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로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전기차를 승용차, 버스, 트럭 등 차종에 관계없이 현행 보조금제도 없이도 구매하는 시대가 온다면 소비자도, 완성체업체도 향후 몇십 년의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테슬라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전기차를 대량생산할 정도의 원가절감에 성공한다면 이미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테슬라는 압도적 세계 1위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639대 수입 전기차 중에서 테슬라는 1319대가 판매돼 전체 판매량의 80.48%를 차지했다.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테슬라 기술을 살펴봐야겠지만, 테슬라는 지금까지 전기차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운 것이 사실"이라며 "배터리의 최대 숙원인 kWh당 100달러 단가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결국 스페이스X처럼 성공해내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 국내 완성차업계의 미래는 정말 암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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