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클로젯’ 하정우 “영화 속 두 아역, 정말 대단한 배우들”
“‘용서받지 못한 자’ 스태프 출신 후배, 15년 만에 감독 데뷔”
“‘얼떨결에’ 제작과 주연까지…흔쾌히 출연 승낙 김남길 감사”
입력 : 2020-02-08 00:00:00 수정 : 2020-02-0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소처럼 일하는 배우하정우가 다시 돌아왔다. 쉬지 않고 새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매년 두 편 이상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벌써 백두산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직격탄에도 불구하고 극장가 흥행 시장을 점령한 바 있다. 그는 연이어 선보이는 영화로 체력적 혹은 정신적 부담감을 토로할 법도 하다. 하지만 하정우는 무려 10개월을 쉬고 찍은 영화라며 웃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쉬면 병이 난다며 계속된 작품 활동 원동력을 자신의 일 욕심으로 돌려세운 바 있다. ‘백두산에서부터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이번엔 호러 장르까지 손을 뻗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장르다. 자신의 영화적 동지인 윤종빈 감독과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클로젯에서 주인공까지 겸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15년 전 하정우와 함께 충무로 전설의 영화로 불리는 용서받지 못한 자를 함께 작업했던 김광빈 감독이다. 15년 전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기억했던 하정우의 의리는 충무로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란 점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하정우와 만났다. 그는 데뷔 이후 심심치 않게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즐겨 했다. 그와 작업을 했던 신인 감독들은 이후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했다. 대표적인 감독이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 감독이다. 물론 하정우의 스타 파워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정우와 작품 성향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였다. 이번에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김광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동시녹음을 담당했던 다섯 학번 차이 나는 후배였죠. 그 영화 찍으면서 수 많은 스태프들이 도망가기를 반복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3인 중 한 명이 김 감독이었어요(웃음). 그리고 몇 년 전 김 감독이 이 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윤종빈 감독에게 봐 달라고 찾아갔어요. 전 오랜만에 김 감독을 볼 겸 그 자리에 갔죠. 사실 이 작품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고 도울 일이 있다면 도울 생각이었는데 공동 제작에 주연까지 하게 됐네요(웃음)”
 
그 자리 이후 좀 더 시간이 흘렀고, 윤 감독이 김 감독이 당시에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그 시나리오가 클로젯이다. 당시 윤 감독이 공작제작과 연출로 여유가 없을 때 하정우가 함께 나서게 돼 공동 제작으로 결정이 됐단다. 그 과정에서 하정우는 우스갯소리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주인공이 돼 있었다고 웃었다. 그렇게 기본 라인업이 완성됐다.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가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퇴마사 경훈역할이 남게 됐는데, 윤 감독이 김남길을 원했어요. 제가 한 다리 건너 알고 있었는데, 윤 감독은 저 보다 더 친분이 있더라고요(웃음). 사실 김남길이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할까 싶었죠. 쉽게 결정할 배역은 아니기에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줘서 고마웠죠. 저 때문에 결정했단 말에 윤 감독과 김 감독에게 체면이 좀 서네요(웃음).”
 
이 영화로 처음 만나게 된 김남길과 하정우는 십년지기 이상의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나이는 당연히 하정우가 두 살 형이다. 하지만 워낙 넉살 좋기로 소문난 김남길과 하정우의 성격은 두 사람에게 호흡이랄 것도 없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서로 맞춰야 할 것을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하정우는 전혀 다른 점도 있었다고 웃는다.
 
우선 김남길 이 친구가 술을 한 잔도 못 먹어요(웃음). 실제로 술자리에 본인이 먹을 초코우유를 직접 사와요. 그런데 웃긴 건 술을 한 잔도 안 먹어도 술자리의 분위기를 맞춰요. 만취의 기운을 풍길 줄 알죠 하하하. 사실 사석에서 주지훈을 통해 만나기도 했었고, 12년 전 고현정 선배 팬미팅에서도 봤었죠. 시크한 느낌일 것 같지만 굉장히 유쾌해요. 털털하기가 심각할 정도에요(웃음). 저랑 공명 주파수가 맞다고 봐야죠.”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클로젯에서 하정우의 연기에 유일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언론 시사회 이후 그의 아빠 연기에 어색했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유는 영화 속 설정에 있었다. 하정우는 이런 평가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전제하며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전했다. 그의 설명을 듣자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런 평가는 충분히 다시 복기를 해봐야 할 지점이에요. 영화에서 상원은 딸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아내가 살아 있을 때 전적으로 육아를 맡겼던 인물이죠. 쉽게 말하면 기러기 아빠 콘셉트에요. 부녀 관계라기 보단 남남으로 보이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보기에 따라선 어색해 보였을 수도 있죠. 사실 그리고 제가 미혼이라 아빠의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부족함도 있었고.”
 
그럼에도 현장에서 그는 아역 배우들에겐 최고의 친구이자 선생님이고 또 선배 연기자였다. 이미 주연과 연출을 겸했던 허삼관에서 많은 아역 배우들을 이끌고 연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아역 배우들과 이번 영화에서도 호흡을 보인다. 특히 딸로 나온 허율, 미스터리한 존재로 등장했던 김시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허삼관때 경험을 해봐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그 친구들에게 눈 높이로 다가서는 법도 터득했던 게 도움도 됐고. ‘허삼관때도 삼락역을 맡았던 현석이가 그렇게 귀여웠어요. 이번에도 율이와 시아가 너무 잘해줬죠. 사실 장르가 다르고 아역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 연기가 많았는데 너무 잘해줬어요. 율이와 시아가 이런 연기도 가능할까싶었는데 너무 능청스럽게 하더라고요. 정말 물건이에요. 그 두 친구.”
 
클로젯개봉을 준비하면서 또 하나 화제가 된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괴한 그림이다. 딸로 등장한 아역 배우 허율이 그린 공포스런 느낌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하정우가 촬영 전 감독의 얘기를 듣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그린 그림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하정우는 전시회까지 했을 정도로 프로급의 그림 실력을 자랑한다.
 
제가 바스키아의 그림체를 좋아해요. 제가 닮고 싶은 그림체죠. 마티스도 그런 그림을 그렸고, 피카소도 말년에 그렇게 그렸어요. 감독님이 미술감독님과 소품으로 쓰일 그림에 대해 얘기를 나누시는 걸 듣고 한 쪽에서 쓱쓱 그려봤죠(웃음). 그걸 이런 그림이면 어떠냐고 보여줬더니 감독님이 너무 좋다며 몇 장 더 그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나이 또래 애들이 그릴 법한 수준을 생각하며 더 그렸더니 그 가운데 한 장을 채택하셨어요. 저야 영광이죠. 하하하.”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클로젯이후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수리남출연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는 2007히트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최소 몇 년 스케줄이 꽉 들어찰 정도로 미리 정해져 있었던 하정우는 이번에는 수리남이후 스케줄을 비워놨단다. 그 이후에는 쉬게 될지 아니면 자신의 세 번째 연출작을 준비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다만 지금은 클로젯과 함께 수리남에 집중할 시기라고.
 
“13년만의 드라마 출연이라고 보도가 나갔는데 큰 의미는 없어요. 하다 보니 히트이후 영화에 집중하게 됐고. 플랫폼의 차이일 뿐이라고 봐요. 윤 감독과 함께 오랜만에 작업하는 것이라 설레임은 있죠. ‘수리남은 두 시간짜리 영화보단 드라마 형식이 맞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수리남이후는 스케줄을 일부러 안 잡았어요. 좋은 영화로 연출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영화 기획을 할 수도 있고. 모든 걸 오픈하고 그 시간을 맞이해 볼까 싶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