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13년만 최악 해외수주 “내년도 비슷”
저유가 전망에 사우디 훈풍 지연…아시아선 중국·인도 유망
2019-12-29 06:00:00 2019-12-2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올해 해외 건설 수주가 1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내년에 소폭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상장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물량이 쏟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반시설과 토목 공사 등 인프라 확대가 기대되는 아시아에서도 난이도 높은 발주 물량이 나올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중국·인도 등 업체들이 공사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29일 건설업계는 내년 해외 건설 수주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중동에선 내년 성적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각 건설사별로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내년 해외 수주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으리라 본다”라고 언급했다.
 
업계가 해외 시장에 기대감을 갖지 않는 건 우선 저유가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평균 60달러(약 7만원)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에 원유 감산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러시아가 시사한 점도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관측된다. OPEC이 감산 규모를 늘려도 미국 등 비OPEC의 생산 증가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저유가가 이어지면 중동의 재정 확충이 어려워져 발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가 아람코를 상장해 실탄을 확보하면서, 중동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짙지만 내년부터 사업이 쏟아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신도시 개발이나 인프라 조성 등 사우디가 준비하는 사업 규모가 크고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실제 발주와 입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공사는 사우디의 현지 기업이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참여할만한 발주가 나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가 중동과 더불어 주로 진출한 아시아 시장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인프라 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이 적극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로와 같이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인프라 물량이 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같은 공사는 중국·인도 등 가격 경쟁력으로 치고 오는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과거 출혈경쟁에 따른 트라우마가 커서 저가경쟁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지고 있다”라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가 진행 중인 해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 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외건설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