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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거래소 신뢰도 높여 암호화폐 인식 개선에 앞장"
김성아 한빗코 대표 "적절한 규제·법안 마련해 암호화폐 제도화해야"
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운영위원장 선임…"업계 목소리 대변해 정부와 소통"
2019-10-10 06:00:00 2019-10-10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오갑수 회장이 취임한 이후 위원회를 개편하고 기구 조직을 정비했다. 전략기획위원회와 자율규제위원회, 소비자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협회 소속 거래소들로 구성된 거래소 운영위원회도 설치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업계 내 산적한 현안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김성아 한빗코 대표가 거래소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거래소들의 이해관계와 의견을 조율하고, 정부와 소통하며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중책을 맡았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 사진/한빗코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거래소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거래소 운영위원회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말 그대로 한국 블록체인 업계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위원회가 진행한 거래소 자율규제심사가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거래소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의 자정작용과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회 소속 거래소들에 대한 자율규제 심사를 약 두 달간에 걸쳐 진행했고, 그 결과 협회 회원사 12곳이 적격 판정을 받았다. 업계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었는데, 앞으로 거래소 운영위원회에서도 정부에 꾸준히 암호화폐 거래소의 권익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 입장이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제안을 반영한 특금법 논의도 지지부진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업계의 주요 쟁점들은.
 
FATF 규제안과 관련해서 업계,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내용은 '트래블룰(Travel Rule)'이다. 트래블룰에서 말하는 규정과 블록체인 시스템, 나아가 그 시스템이 등장한 배경은 상극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거래소 간의 협력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갑 주소를 관리하는 방법도 해결 방안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크코인들에 대한 거래 서비스 여부도 국내 거래소의 주요 고민 사항 중 하나다. 주요 거래소들은 거래 중이던 다크코인들에 대해 서비스 중단을 공지한 상태인 반면, 해외 대형 거래소들의 경우 다크코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거래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거래 서비스가 중단된 다크코인들의 경우 코인마켓캡 거래량 기준으로 상위 등급에 위치하고 있는데, 해외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면 국내 거래소들의 경쟁력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도 시급한 문제다. 특금법 통과에 많은 거래소가 기대를 걸고 있는데, 계류된 상태에서 이미 몇 개월이 지나버린 것도 문제지만,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한다고 해서 새로운 실명계좌를 거래소들이 발급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거래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잘 짜여진 개정안이 필요하는 게 대체적인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거래소 운영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거래소 간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업계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 위원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현재 국내에만 수백여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설립돼 있다. 또 우후죽순 생겨나는 거래소들과 이들 거래소의 검증되지 않은 보안 및 유사수신 등의 문제로 많은 피해자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신사업이다 보니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투자자들이 이런 피해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적어도 투자자들의 거래소 선택에 있어서 한국블록체인협회 소속 거래소들은 믿을 수 있는 거래소라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이 주요 활동 목표다. 장기적으로 거래소가 제도권 내에 진입하면 자격 미달의 거래소들은 사라질텐데, 이후에도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거래소들과 함께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지난 2일 건강한 암호화폐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크로스앵글과 거래소들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한빗코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크로스앵글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지나가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실생활에서 쓰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이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쉽게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형 메신저 기업에서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티저를 플랫폼에 공개하는 등 점차 암호화폐 실생활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반인들이 암호화폐를 쉽게 사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가장 시급한 것이 계속 강조하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제도화라고 생각한다. 거래소 폐지라는 극약처방 발언이 나온 지 2년이 가까워 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일관성 있는 규제나 법안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도 운영을 하려는 거래소나 프로젝트 팀들은 방향을 잡고 사업을 진행하기에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진 배경은.
 
헤지펀드 트레이더로 일을 하면서부터 거대 자본을 이용해 공익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을 처음 알았을 때 블록체인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비즈니스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5년에 한국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코빗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블록체인 관련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한빗코의 운영 방향과 진행 사업들은.
 
'신뢰를 팔아라'라는 말을 팀 회의 때 팀원들에게 자주 하고는 한다. 허상이자 사기라는 말을 듣고 있을 정도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다. 실제 현장에서 비합법적이거나 제도 안의 회색 영역에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는 거래소와 프로젝트들도 많이 보고 있다. 하지만 한빗코는 우리가 사고 싶지 않은 것, 회원과 우리 파트너사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거래소 사업과 활동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제대로 된 규제와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을 일관성 있게 진행하기 힘들었다. 일례로 작년에 수십개의 거래소들이 채굴과 배당을 앞세운 거래소 토큰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빗코도 거래소 토큰 발행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내부적으로 진행했고, 외부에도 많은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거래소 토큰은 유사수신이나 기타 다른 사항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닐 것 같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단기간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되겠지만, 이후에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후에 거래소 토큰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피해자들이 생기는 걸 보면서 이런 결과가 예상됨에도 이를 방지하는 제도와 법안이 없다는 점이 많이 안타까웠다. 또 이런 피해가 지금도 부정적인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대한 시선을 더 나쁘게 하는 악순환이 거래소 운영에 있어 부딪히는 큰 문제다.
 
한빗코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을 소개해달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체인액션 무브먼트'라는 캠페인이 있다. 유엔(UN)의 17가지 지속가능 개발목표에 맞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블록체인의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사회 활동인데, 이런 활동을 통해서 블록체인 업계 전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거래소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실생활에서 암호화폐가 쉽고 편하게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과 거래소 연동을 도와주는 지갑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기존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암호화폐 투자 및 송금, 사용을 간편화해 암호화폐 거래만이 아닌 실생활 사용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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