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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은경 전 장관 수사 '무리수' 논란
2019-03-26 16:40:04 2019-03-26 16:56:5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무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이 붙인 ‘블랙리스트’라는 프레임에 검찰이 스스로 갇히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발생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와 이번 고발 사건을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법원에서 먼저 나왔다. 박정실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영장청구를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그 사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첫 사유로 “일괄사직서 청구 및 표적감사 관련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주요 혐의사실로 ‘일괄사직서 청구 및 표적감사 관련 혐의’를 적시하면서 박 정부 때 발생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동치시키고 있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는 취지다.
 
법원은 뿐만 아니라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해 김 전 장관에 대한 의혹 자체에 대한 범죄성립 요건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게다가 사직의사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복무상 비위사실이 드러난 것에 법원이 주목한 것을 보면. 김 전 장관의 행위가 정부 부처장으로서 정당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또 문제가 된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에 관한 최종 임명권,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 시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김 전 장관에게 피의자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풀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한 법조인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블랙리스트’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이면 활동영역을 불문하고 추려 직접 불이익을 준 것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검찰이 이를 현재의 환경부 사건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했던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법원이 영장기각 사유를 혐의사실별로 상세히 설명한 것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원이 영장기각 사유에 ‘최순실 일파’ 등 특정 과거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지 않다. 검찰개혁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영장심사 결과는 범죄소명의 정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에 대해서만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번 사안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법원이 불필요한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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