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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소상공 세계에 떨어진 최저임금 ‘운석’
2018-08-29 06:00:00 2018-08-29 06:00:00
지난달 24일 구성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29일 총궐기 투쟁에 나선다. 소상공인 운동연대는 외식업중앙회와 소공인총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함께 꾸린 단체다. 이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기로 한 직접적인 계기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폭 인상되면서 2년 동안 총 3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인상에 따른 충격이 아직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많은 영세 기업들은 지난해 오른 최저임금에 이미 부담을 넘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고 소화하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면서 향후 최저임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올해 역시 최저임금 심의결과는 지난해 못지않은 큰 폭의 인상이었다. 올해 인상률만 조금 낮췄어도 소상공인의 반발이 이토록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물경제를 모르는 일부 관념적 좌파의 책상머리 생각으로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실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시절 별로 오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들, 특히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에게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전례 없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지만, 무서운 것은 집단행동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무서운 것은 민심의 흐름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은 문재인정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이를 주도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꼽히는 것은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여당 인사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듭 해명하고 반박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충격과 ‘상징’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민심의 흐름에 놀란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자영업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 협의를 거쳐 제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는 다양한 방안이 들어 있다.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영세 자영업자 기준이 연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되고, 영세 음식점 등의 신용카드 결제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한도가 연간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오른다. 담배 등 일부 품목 판매업체의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도 추진된다고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내년 말까지 유예된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는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보호을 받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를 조속히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상공인 단체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추천권도 부여된다.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올리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사실 이런 대책들이 먼저 마련되고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그러니 거꾸로 된 셈이다. 다만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움직인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여기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대책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편의점사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과 보다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보다 더 많은 요구를 경청하고 정책에 더 반영하거나 설득해야 한다. 또는 우회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과 비슷하다. 운석이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날아가지 않듯이, 최저임금도 일단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다. 운석은 크기에 따라 그 파괴력이 다르다. 이를테면 6500만년 전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운석처럼 공룡을 멸종시킬 수도 있다. 아니면 일부 지역에만 제한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운석은 인간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는 반면, 최저임금은 인간의 노력으로 악영향을 적절히 차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그렇지만 운석이 새로운 진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듯이.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난관을 잘 이겨나가면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디딤돌이나 패러다임을 창출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앞으로 문재인정부 하기에 달렸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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