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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끊임없는 반도체 야심…"기술력은 물음표"
산학연 아우른 '첨단 칩 동맹' 결성…정부차원 산업 수직계열화 실현
2016-08-09 20:28:00 2016-08-09 20:28:00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반도체 자급자족의 꿈을 이루기 위한 중국의 행보가 거침없다. 대표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에 이어 최근에는 27개 기업 및 기관이 동참하는 산학연 동맹도 결성했다. 반도체 칩 설계에서 생산, 서비스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야심을 실현시키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는 냉정함과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27개 기업, 정부기관, 대학 등이 참여하는 '국가 첨단 칩 동맹(HECA, 이하 동맹)'을 결성했다. 칭화유니그룹, 창장스토리지테크놀로지, 화웨이, ZTE, 레노버,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공업정보화부 산하 통신연구원 등이 회원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는 칭화유니그룹, 화웨이 등 27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는 '중국 첨단 칩 동맹'을 결성했다. 사진/뉴시스·AP
 
목표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위한 완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칩 생산, 운영시스템, 디바이스, 플랫폼, IT서비스 등 전반적인 산업 체인을 자체 역량으로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소비 시장이지만 자급률은 27%에 불과하고, 첨단 제품은 대부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기존 산업 리더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곳은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컸던 대만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자국 수요에만 의존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응용처를 찾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대만 기업들의 최대 고객인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어 "대만 기업들은 조인트벤처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중국과 협력할 여지는 있지만 동맹 이후를 준비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메모리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내 업계도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심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D램이나 낸드 모두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있지만 기술 개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따라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에 비해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동맹 결성 역시 어떤 시너지를 낼 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트렌드포스도 동맹이 소기의 성과를 내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젠홍린 트렌드포스 리서치매니저는 "동맹 참여 기업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동기부여로 명확하고 포괄적 산업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며 "참여 기업들이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고, 기술 격차도 크지 않아야 결과물도 우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힘을 모으는 것 만큼 외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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