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권 횡포가 핀테크 업체 희망 꺾는다
2016-02-01 13:36:12 2016-02-01 13:37:06
지난해 금융개혁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던 핀테크 열풍이 주춤거리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누가 봐도 성공한 핀테크 업체가 아직 나오지 않아 금융당국도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충을 토로할 정도다.
 
하지만 은행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문은 쉽게 해소된다.
 
"너희(핀테크 업체)가 독점적 특허를 주장하면 은행권에서 특허 대응 공동체를 형성해 특허 무효소송 및 금융권 영업에서 퇴출하겠다." "특허권을 기반으로 우리가 하려고 하는 업무에 훼방을 놓지 마라."
 
은행권이 겉으로는 핀테크 활성화, 핀테크 기업 지원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특허까지 인정받은 업체를 협박하는 등 핀테크 시대 개막을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형적인 ‘갑질’이다. 어떻게든 기술력 하나로 생존해보겠다는 핀테크 업체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은행이 꺾고 있는 셈이다.
 
이는 뿌리 깊이 박혀있는 금융권의 ‘카르텔’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을 잘 들으면 부스러기라도 먹을 수 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퇴출’이라는 것이다.
 
물론 허접스러운 기술로 은행권에서 기생하려는 업체들은 반드시 걸러져야 한다.
 
그러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거대 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손쉽게 핀테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행태에는 제동이 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핀테크 업체들은 모두 나가떨어지고, 글로벌 금융경쟁력 확보는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보수적이고 무사안일주의에 젖어있는 은행권부터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금융력은 통할 수가 없다.
 
핀테크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이 같은 상황에 손 놓은 금융당국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기술의 문제에 대해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 핀테크인데 기술에 대해 나 몰라라 하며 핀테크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중소업체의 기술력을 빼먹고,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착취하는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기준을 잡아줘야 한다. 금융권의 비상식 때문에 핀테크 업체들이 실력을 뽐낼 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들의 글로벌화에 시동을 걸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제발 은행권이 비상식적 횡포를 접고, 곳곳에서 대박 터트린 핀테크 업체들의 환호성이 터저 나오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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