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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가치 조사] '대입 전쟁’이라도 만족하고 싶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
2015-03-30 15:00:00 2015-03-30 15:41:44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은 항상 전시(戰時)상황이다. ‘대입’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적과 스펙을 무기삼아 몇 십대 일의 경쟁률까지 뚫고, 힘겹게 대학 합격의 문턱을 넘으면 그들의 전쟁은 끝난다. 때로는 그 과정이 1,2년 정도 더해질 수도 경우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다. 이 전쟁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발생한다.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능 시험 문제에서 정답 오류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매년 바뀌는 대입 정책과 이름도 생소한 대입 전형들의 범람은 전시 상황의 학생들에게 더욱 더 큰 혼란과 심리적 압박을 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발표한 작년 2015학년도 입학생 기준 대입 전형 방법의 수는 892개, 전국 215개 대학의 세부 전형명 기준으로는 무려 2988개로 대한민국 고등학생 중 이 모든 전형에 통달한 이는 추측컨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과연 학생들은 이 ‘보이지 않는 전쟁’ 상황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이사장 안치용) 소속 대학생 기자단 YeSS가 2.1지속가능연구소와 함께 현대리서치에 의뢰하여 진행한 <대학생 가치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35.4%가 “지금의 대학입시제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50여 대학 2342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7점 척도로 설문한 것으로(“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 “보통이다”는 4점, “매우 그렇다”는 7점), 응답 점수의 평균값은 3.12점이었다. 이는 대학생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대학입시제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 모두 대학입시의 문턱을 넘은 이들이지만, 그들이 겪은 과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 절반 이상이 대입제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수능에 대한 불신이 최근 들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학입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시에서는 최저등급의 형태로 수능 점수를 요구하고, 정시에서는 거의 수능점수만을 가지고 학생을 평가한다.
 
수능은 학생이 지원한 대학의 합격여부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 3년간 수십 번의 모의고사를 치르고 준비하며 수능에 대비한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이 중요한 수능에 두 번이나 오류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4년도에는 세계지리 8번에서, 2015학년도에는 영어와 생명과학Ⅱ 무려 두 과목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 이전부터 수능의 정확성과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던 터라, 반복된 정답 오류 논란은 학생들의 수능 불신에 더욱 불을 붙였다. 수능 불신은 결국 대학 입시 전반에 대한 의심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대입 체계도 학생들의 불만족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입은 선발시기에 따라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수시는 9월 초에 원서를 접수하고, 학교 내신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들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평가한다. 정시는 수능 성적표가 나온 12월 초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수능 성적 위주로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점수 1점에 대학의 당락과 이름이 달라질 수 있다. 수시와 정시는 다시 세부적인 전형으로 나누어진다. 수시에는 입학사정관, 논술, 특기자, 농어촌 전형 등이, 정시 또한 수능과 내신 성적 반영 비율에 따라 여러 가지 전형으로 나누어진다. 원서 제출 시기가 되면 학생들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료=바람아시아
 
앞서 언급한 어마어마한 수의 세부 전형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전형을 찾아야 하고, 또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더 집중할 것인가도 선택해야 한다. 수능에 강한 학생이 수시원서를 잘못 쓸 경우 원치 않던 대학에 ‘납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은 때에 따라 다양한 전형의 경쟁률을 살피며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가진 전형에 원서를 접수하는 ‘눈치 게임’도 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입시는 모두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경쟁자가 한 명이라도 더 적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들을 동시에 예상하고 고려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학 입시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들 하는 대학 입시이지만, 사실 대입보다 눈에 잘 보이는 싸움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능을 칠 시기가 되면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대입 제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준비 태세도 확연히 달라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대입 전쟁에 무사히 종전을 고한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그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의 대학 입시에는 분명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대입 체계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대입 성공과 대학 교육을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 좀 더 다수의 만족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학 입시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신혜연/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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