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의의결제', 불공정 기업엔 `면죄부` 정치선 `악용`
2014-10-06 17:43:12 2014-10-06 17:43:12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1년 도입한 동의의결제가 해외 기업 유치 및 관련 정치적 선전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국법인 SAP코리아가 신청한 동의의결과 관련해 지난 1일 확정된 자진시정안의 이행을 최종 결정한다고 6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벌인 사업자에 공정위가 직접 제재 수위를 결정해 조치하는 대신 사업자 스스로 제안한 원상회복, 소비자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검토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보다 빠르게 종결하는 제도다.
 
SAP코리아가 내놓은 자진시정안은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대신 총 188억1000만원을 출연해 공익법인을 설립·운영하고, 사용자 등의 후생제고와 상생지원에 쓴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SAP코리아가 내논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일 것은 이미 지난 9월3일 박근혜 대통령과 하쏘 플래트너 SAP코리아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는 당시 SW 관련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적 기업가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Design Thinking 혁신센터'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유치했다며 '창조경제 드라이브의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김기식 의원은 이와 관련 "동의의결제가 기업에 면죄부로 악용되는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시켰을 뿐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SAP코리아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돼 내논 자진시정 방안을 두고 청와대가 '창조경제 드라이브의 성과'라고 자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SAP의 Design Thinking 혁신센터 관련 계획은 SAP코리아가 지난 6월18일 공정위에 제출한 자진시정안에 포함돼 있다.
 
자진시정안 안에는 공익법인을 출연해 빅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는데, 이 법인의 주요 사업내용 중 하나가 'Design Thinking 전문가 양성'이다.
 
◇SAP코리아가 지난 6월 공정위에 제출한 동의의결 관련 시정방안중 일부에서 발췌.(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공정위는 공익법인 설립과 Design Thinking 혁신센터가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주요 목적은 빅데이터 사업 추진이고 혁신센터 설립은 SAP 본사가 독일에서 한 운영하는 두 개 센터 가운데 하나를 싱가포르 또는 일본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던 계획을 방한 뒤 한국에 하기로 바꾼 것"이라며 "혁신센터는 SAP 본사가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MOU를 체결해 별개의 재원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다만 공익법인 사업에 Design Thinking 인력양성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공익법인이 설립되더라도 3년뒤 폐쇄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이 나온다. 공정위가 받아들인 SAP코리아의 시정안에는 "3년 경과 뒤 '시장상황, '경쟁 여건의 변화' 등 이유로 공정위와 체결한 의무 효력에 대해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던 해 면피용으로 설립한 '모바일이노베이션랩'이 3년만에 폐쇄한 사실도 예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주요 목적이 유지되는 한 3년 뒤에도 존치할 거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SAP코리아의 이행상황을 3년간 감시하는 것은 법인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공익법인에 주요목적이 있는 한 3년 뒤에도 존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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