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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4 총결산)사막에 핀 미래의 꽃
대세는 UHD TV, 삼성-LG 리더십 경쟁 치열
집·자동차·웨어러블로 확산되는 ‘스마트 혁명’
2014-01-13 15:31:32 2014-01-13 15:35:39
◇CES 2014 행사장 입장을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전 세계 미디어 취재진.(사진=CEA)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국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서 펼쳐진 미래 기술의 향연 '국제가전쇼(CES) 2014'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최 측인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 총 3200개 기업이 참가해 15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흥행이다.
 
CES 2014에서 드러난 올해 전자·IT업계 기류의 핵심은 울트라HD(UHD) TV, 스마트홈, 웨어러블 컴퓨터, 스마트카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커스'에 가까운 TV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세계시장 주도권을 재확인시키는 데 집중했고, '이방인' 신세였던 자동차 업체들은 스마트카 흐름을 타고 이번 행사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삼성전자 vs LG전자, ‘TV 전쟁’ 승자는?
 
지난해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커브드 TV 등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올해는 TV 디스플레이가 스스로 휘어지는 '벤더블(Bendable. 가변형) TV'로 양사가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삼성전자가 '판정승'을 거둔 분위기다. 통상 UHD TV에서 곡면 디자인을 구현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85인치 UHD 벤더블 TV를 내놓은 삼성이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인 LG보다 기술적으로 더 고난이도에 속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번 CES에서 최초로 '웹 OS'(Web OS) TV라는 신무기를 들고 나온 LG전자는 스마트TV의 효용성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TV 업계에 신선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앱과 콘텐츠가 분리돼 사용자 입장에서 큰 불편을 초래했던 기존 스마트 TV와 달리 LG의 웹 OS TV는 앱과 콘텐츠가 유저인터페이스(UI)에 직관적으로 녹아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추후 시장 반응이 중요하지만 현재까지 현지 미디어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CES 2014에서 공개한 '벤더블' UHD TV.(사진=삼성전자)
 
◇ UHD TV, 메인스트림에 등극하다
 
올 CE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TV를 판매하는 업체들 중 UHD TV를 전시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UHD TV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통상 고가에 해당하는 UHD TV의 가격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대중화를 앞당겼다.
 
미국 TV시장의 작은 거인 '비지오'는 100만원대 50인치 UHD TV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삼성과 LG도 각각 50인치, 49인치를 새로 내놓고 보급형 경쟁에 가세했지만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에 비해서는 여전히 5~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한층 더 매서워졌다. TCL은 65인치 곡면 UHD TV와 화면에 터치 기능이 있는 84인치 UHD TV, 하이센스도 65인치 곡면 제품을 전시했다. 하이얼·콩카·창홍 등도 42∼85인치 UHD TV로 전시장을 채웠다. 현장의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UHD 화질 수준이 지난해 대비 크게 향상됐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4K(UHD) TV로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TV 제품뿐 아니라 UHD 콘텐츠를 감안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본 4K TV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UHD TV 세계시장 1위 소니는 4K 영상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 등의 영상 기기 제품군을 공개했다. UHD TV 대중화의 최대 난제였던 가격에 이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삼성·퀄컴·LG,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 간 플랫폼 통합을 노린 '스마트홈'도 이번 CES를 통해 점화됐다. 스마트홈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은 TV·냉장고·세탁기 등 집안의 가전기기와 스마트폰 같은 IT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한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올 상반기 본격화할 계획이다.
 
가령 퇴근할 때 집에 도착하기 전 집안의 에어컨이나 조명을 스마트폰이나 갤럭시기어로 미리 켤 수 있고, 잠자리에 들기 전 리모컨에 대고 "굿나잇"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TV, 에어컨, 조명 등을 끌 수 있다. 해외출장 중에도 인터넷을 이용해 집안의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가전제품 등에 내장된 카메라로 집안을 관찰할 수도 있다.
 
지난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연결사회'를 제시했던 퀄컴도 '커넥티드 스마트홈'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와의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도어락, 조명,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TV, 오디오 시스템 등이 상호 연결된다. 퀄컴 측은 커넥티드 스마트홈 공간에서 자사 스마트워치 ‘톡’과 태블릿 등을 통해 가전제품을 작동시키고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등의 데모를 시연했다.
 
LG전자는 네이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라인'과 가전제품 간 연동성을 구현한 '홈챗'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가령 라인 채팅창에 "나간다"고 입력하면 에어컨 전원이 꺼진다거나 "청소는 언제 했어?"라고 물으면 청소기 로보킹이 "오늘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지그재그 모드로 청소를 완료했어요"라는 답을 보내는 식이다. 다만 아직 퀄컴, 삼성전자에 비해 적용범위가 협소한 편은 한계로 지목된다.
 
◇사막 달군 '스마트카' 열풍
 
◇도요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강연 중인 밥 카터 부사장.(사진=CEA)
 
올해 CES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총 9개의 자동체 업체가 참가해 각종 볼거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들은 미래 지향적인 컨셉카의 전시를 비롯해 사용자의 사용성 확대를 위한 기술들과 네트워크, 스마트폰 등 연결성 관련 기술들을 전시했다.
 
완성차 업계 중에서 도요타, 아우디, 벤츠 , 기아차 등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 기아자동차는 전시에 많은 신경을 썼다. KND-7 컨셉카, K900 전시카 이외에도 관련된 기반 기술들과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유보(UVO)를 전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의 버릇과 습성 및 과거 이력을 토대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예측형 사용자 경험(Predictive User Experience)' 시스템을 최초 공개했고, 아우디는 구글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자동차 기술의 결정판으로 언급되는 '자율주행'도 이번 CES를 통해 보다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아우디가 엔비디아의 초고성능 칩셋과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현장 관계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아우디는 고성능 칩세트와 각종 센서 프로세싱 통합에 기반을 두고 자율주행 운전보조장치의 부피를 노트북 수준으로 줄인 `zFAS`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동주차를 넘어 실제 도로에서 구현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다.
 
◇웨어러블 시대 도래..스마트 밴드·글라스 '봇물'
 
스마트 밴드, 스마트 글라스 등 웨어러블(Wearable)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것도 이번 CES의 특징 중 하나다. 삼성, LG, 소니 등을 비롯해 수많은 참가기업들이 고유의 기술력을 강조한 스마트 손목시계·밴드, 안경 등을 공개됐다.
 
중소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헬스케어, 일상기록 등 다양한 콘셉트의 스마트 밴드를 선보였다. 스마트 안경도 더이상 구글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소니, 엡손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글래스업, 리퀴드 이미지 등의 해외 강소기업들도 구글 글라스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스마트 안경을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기업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인텔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용으로 개발한 초소형 SD카드 형태의 반도체 '에디슨'을 발표했다. 에디슨은 스마트 시계와 안경 등에 사용되는 프로세서 '쿼크(Quark)'를 기반으로, SD카드 크기에 불과하지만 펜티엄급 성능과 와이파이(Wi-Fi)를 지원한다.
 
엔디디아가 발표한 192개 코어의 괴물 프로세서 '테그라 K1'도 이번 행사의 최대 혁신 중 하나로 꼽힌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 웨어러블 제품의 최대 변수인 '소형화'에 성공하면서 보조적 역할에 한정돼 있는 웨어러블 제품의 기능 향상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의미 심장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CES에서 웨어러블이 모바일 기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퀴드 이미지가 CES 2014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제품 라인업.(사진=C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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