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민 앞에 대놓고 조작결과 발표' 김용판 배후 밝혀낼까?
수사개입 초기부터 흔적남지 않게 철저..재판과정서 '뒷배' 드러날 수도
2013-06-17 17:31:23 2013-06-18 10:50:4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일단락 난 현재 대선 투표 직전 조작된 경찰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배후론이 들끓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청장의 불법성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보다 오히려 더 중하게 보고 있다. 선거법 전문 변호사들은 "실형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법정구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 전 청장은 대선과 관련해 댓글작업을 한 여직원이 노출돼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른바 '역삼동 사건' 당시부터 사건의 은폐 및 증거 조작 등을 계획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디지털증거분석이 진행된 지난해 12월14~16일까지 주말에도 출근해 상황을 직접 챙겼다.
 
그는 보고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컴퓨터가 아닌 수기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할 만큼 치밀하게 분석상황에 대한 은폐에 들어갔다. 또 민주통합당의 고발장을 직접 가져다가 검토하면서 수사팀에 증거분석 상황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있고난 뒤 전격적으로 '댓글이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수서경찰서장을 지휘한 것도 그였다.
 
수사결과 발표는 디지털분석 결과를 받은 수사팀이 수사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보도자료와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는 먼저 김 전 청장에게 보고된 뒤 승인을 거쳐 수서경찰서로 송부됐다.
 
결국 대선 투표를 코앞에 둔 12월16일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 사건 중간수사 결과'-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수사팀의 의견으로는 중간발표를 하더라도 "국정원 직원이 수십 개의 ID와 닉네임을 사용해 인터넷 여론 사이트 등에서 활동한 사실이 다수 확인되었고, 이를 기초로 추가수사를 진행하겠음"이라는 내용이 들어 갔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김 전 청장의 지시대로 나가고 이후 대선 정국은 급격히 요동쳤다.
 
김 전 청장은 이뿐만 아니라 대선 전까지 수서서 수사팀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요구를 거부했다. 청장이 수사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직권으로 방해한 것이다.
 
김 전 청장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 검찰도 김 전 청장의 행위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외에는 다른 의도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두 번의 소환조사에서도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까지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김 전 청장의 선거개입 및 직권남용 행위는 매우 노골적이고 대범하다.
 
김 전 청장의 사건 은폐 및 축소행위에는 반드시 배후가 있을 거라는 짙은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배후를 규명하지 못했다.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너무 촉박했던 이유도 있지만 김 전 청장의 은폐가 그만큼 치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김 전 청장과 정치인들의 전화통화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 개입 초기부터 보고를 수기로 할 것을 지시할 정도로 철저했던 김 전 청장이니만큼 노출되지 않는 방법으로 '배후'와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 전 청장의 조사 결과를 본 검찰 안팎에서는 "처음부터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4년간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다가 1990년에 경찰에 입문했다. 국정원이 그의 친정인 셈이다. 이후에도 경찰청 보안국장을 두 번이나 역임할 정도로 국정원과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청장의 배후로 권영세 새누리당 대선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현 중국대사)과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차문희 당시 국정원 2차장 이름도 거론된다.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 핵심인사와 국정원 고위 간부들의 연루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권 대사도 검찰출신이긴 하지만 안전기획부 시절인 1994년부터 서울지검검사로 3년간 안기부에 파견근무를 했다.
 
김 전 청장의 배후에 대한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에 대한 민주당측 고발을 접수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 역시 "민주당에서 국정원 박 국장과 김 전 청장의 '직거래' 의혹과 관련한 고발을 해와 현재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여느 사건처럼 김 전 청장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배후가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김 전 청장의 배후'라는 시한폭탄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고 검찰 면전에서 폭파시각을 향해 초침이 가고 있는 셈이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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