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격' 논란에 개성공단 기업들 "절망"
"'격' 따지기 보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더 중요"
2013-06-13 18:49:38 2013-06-14 08:10:17
[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위한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기업들은 남북회담 무산 원인인 남북회담 참석자 '격' 논란보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북은 지난 12일 남북당국회담을 열 예정이었으나 회담 참석자들의 격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지난 11일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에 대해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라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방은 통일부 장관과 통일전선부장이라고 북측에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 "남북회담 무산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11일 저녁 8시경 집에 들어가는데 아내가 말없이 저를 안아주며 남북회담 무산 소식에 너무 실망하지 마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모씨는 전자부품을 만드는 A업체의 개성공단 공장 법인장이다. 이씨는 지난 6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감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을 제의하고 정부가 이를 즉각 수용하자 곧 공단이 정상화 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모씨는 "공단에 곧 올라갈 수 있을 줄 알고 업체 사람들과 출입경 계획을 만들고 설비 점검을 위해 설비를 제조한 삼성테크윈과 함께 공단에 올라가자는 약속도 했다"며 "회담 무산 소식을 들은 후 예전보다 희망이 더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이 무산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봉제업을 하는 B업체 관계자는 "남북회담이 무산돼 슬프다"며 "다음주면 개성공단 들어갈 줄 알고 기대감으로 붕 떠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남북회담 소식을 듣고 공단 폐쇄후 집에서 쉬는 직원들이 공단이 정상화 돼 복직할 것이라는 기대에 모두 회사에 나와 회식도 하고 당구도 쳤는데 그 날 저녁 회담 무산 뉴스를 접했다"며 "이 소식을 회식하러 간 직원들에게 도저히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B업체는 개성공단 외에 공장이 따로 없어 개성공단 주재원과 물류 담당 기사 8명은 공단이 폐쇄된 후 집에서 쉬거나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봉제업을 운영하는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도 남북회담 무산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남북회담을 통한 개성공단정상화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다시 절망상태"라며 "허탈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 폐쇄 후 7명이 휴직상태인데 정상화되면 복귀시킬 것"이라며 "적자를 보더라도 직원 가족들 생계가 달렸으므로 대출해서 휴직금과 월급을 주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개성공단 전경 (사진제공 = 통일부)
 
◇ "남북회담 '격' 따지기 보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더 중요"
 
입주기업들은 남북회담 무산 원인인 회담 참석자의 '격' 맞추기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회담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B 개성공단입주기업 관계자는 남북 당국 모두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단 정상화가 하루하루 멀어질수록 입주기업 직원들이 회사를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회담 참석자들의 급과 격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회담을 할 의지가 있었으면 장관이 아니라 총리나 대통령도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빚이라도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입주기업들도 남북이 회담 참석자 격을 따지느라 회담을 무산시킨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모씨는 "남북이 기 싸움을 하더라도 만나서 해야 하는데 만나지도 못하니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북이 마주 앉아 개성공단을 열든지 폐쇄하든지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경협보험금이라도 신청을 할 것이 아닌가"라며 "이러다 정말 북한이 금강산처럼 개성공단을 압류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모씨가 근무하는 A업체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전자부품을 제 때 납품하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공단이 곧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기대에 경협보험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전자부품을 만드는 C업체 대표도 "남북회담 참석자들의 격 맞추기가 중요한게 아니다"며 "정부는 공단 정상화를 위해 융통성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공단 정상화가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으면 다음달 30여 명의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직원들도 이번 달 안에 공단이 정상화가 안되면 퇴사를 해야 하기에 조마조마해 한다"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북한전문가는 "개성공단 문제 등 남북의 현실적 당면 문제들을 고려하면 격 논란과 같은 형식 논리에 빠지기보다 실용적으로 남북회담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일단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 과정에서 격 문제 등의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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