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안보'는 잘했다는 이상한 100일 평가
인사 참사 비롯해 조용할날 없던 100일..아무것도 한게 없는 '안보'가 잘한 것처럼 착시
2013-06-04 17:36:48 2013-06-04 17:39:49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안보는 잘했고 인사는 못했다"
 
여당의 평가와 여론조사 결과로 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적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실은 전대미문의 인사 참사와 국정혼란으로 안보 위기가 가려졌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3일 "외교·안보 분야에서 안정감 있게, 많은 노력 끝에 좋은 선린관계가 맺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100일을 좋게 평가했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4일 박근혜 정부의 득점 요인으로 '대북정책'을, 감점 요인으로 '인사실패'를 꼽아 황 대표와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들과 대체로 일치하는 평가다. <모노리서치>에 따르면 25.8%의 국민이 안보를 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분야로 봤다. <한국갤럽>의 조사 역시 대북정책(12%)과 외교(6%)를 잘 했다고 응답한 국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같은 평가는 박근혜 정부 100일간 인사와 사회, 경제, 보건, 복지 등 국정 전반에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외교·안보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이 크게 부각된 것이 착시현상을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회적으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이와 관련해 ''일베' 논란이 촉발됐다. 갑을관계는 6월 임시국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제 분야는 창조경제의 모호성이 지적됐고,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발생했다. 보건의 경우엔 격론 끝에 진주의료원 폐업이 결정되기도 했다.
 
또한 복지 분야 역시 진통을 겪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과의 통합 및 축소·차등지급 논란에 휘청였고, 국민행복기금은 모럴 헤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박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발언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지난 100일은 바람 잘 날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안보 분야는 어땠을까.
 
박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기도 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해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고,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안보 또한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 전반이 워낙 시끄러웠던 탓에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원칙만 고수해 실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안보 분야를 마치 잘한 것처럼 평가의 왜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안보와 묶여 외교에서 박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방미길에 벌어진 윤창중 스캔들은 빼더라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색된 대북관계를 풀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은 아쉽다.
 
도리어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을 만나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 받는 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노동계 전반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는 게 박근혜 정부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분단된 현실이 "안보는 그나마 잘 했다"는 이상한 평가를 가져온 셈이다.
 
아직 4년하고도 265일이라는 시간이 남은 박 대통령이 남은 기간 국정운영을 훌륭히 수행해 취임 1주년이 됐을 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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