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연금도 '삭감'…거꾸로 간 개혁
복지부, 연금개혁 추진계획 확정
'재정안정' 방점…공적연금 기능 '후퇴'
2024-09-04 16:57:19 2024-09-04 18:51:1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습니다. 받는 돈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는 돈만 올렸는데요. 이마저도 인구 추이를 반영한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수급액을 조절하도록 했습니다. 세수 펑크 우려로 짠물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노후 소득 보장이 목적인 '공적연금'마저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입니다. 특히 연령별로 보험료 인상률을 다르게 하는 것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어 중장년층으로부터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보험료율 13%로 인상...소득대체율 42% 유지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구체화한 정부안인데요. 내년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오는 2026년부터 시행이 목표입니다.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지난 1998년 9%로 유지된 이후 26년 만의 인상입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조정합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는데요. 현행 42%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기대수명 상승으로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증가한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기금수익률도 1%포인트 이상 제고합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도출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기금 수익률 1% 상승은 보험료를 2%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대안은 사적연금?
 
정부가 내세운 이번 개혁안의 방점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정부에 따르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은 2056년에 소진됩니다. 
 
이 때문에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인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추진하는데요.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 기대여명 증감률 등 인구구조와 물가상승률 등 경제 상황을 연동시켜 연금액을 조정하게 됩니다.  
 
다만 출생으로 가입자 수가 크게 줄거나 기대 여명이 증가할 경우 받는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요.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연금액 최저한을 설정해 두고 있어서 본인이 낸 것 만큼은 돌려줄 수 있다"며 "이전 해보다 연금액이 더 줄어드는 사례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정부는 모수개혁 외에 구조개혁 방안도 발표했는데요. 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인상하고 퇴직연금의 경우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가입을 의무화합니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개인연금 가입을 독려하는 건데요. 다층 연금제도를 통해 노후 실질소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사적연금 가입률을 높여 노후 소득을 보장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50%가 거론된 바 있는데요.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은 사회적 논의에서 제시된 잠정 합의안보다 낮춰 잡은 겁니다. 사실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통해 사적연금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국민연금 중심의 공적연금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이날 오전 진행된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출석 위원 16인 중 양대 노총 추천 대표자 2인이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자동조정장치 등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험료율 13%에 대한 동의는 소득대체율 42%를 전제로 결정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차등 인상에 국민 과반 '반대'…세대 갈등 불가피
 
연령별 차등 인상도 추진됩니다.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건데요. 2025년에 50대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 0.5%포인트, 30대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합니다. 2040년 이후부터는 모든 가입자에게 보험료율 13%가 적용됩니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부담이 높아지는 셈인데요.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8월31~9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률 세대별 차등화 방안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4%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공감한다'는 35.1%였습니다. 
 
연령대별로는 중장년에 해당하는 4050세대에서 '공감하지 않는다'가 최대 71.1%로 치솟았고,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가 끝난 60대 이상은 비교적 '공감한다' 응답률이 높게 나왔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개혁 방안을 청년층도 외면한다는 점입니다. 설문 결과 18~29세와 30대의 경우 '공감한다' 응답률이 각각 37.4%, 35.4%에 그쳤습니다. 
 
이스란 복지부 실장은 "16년이 지나면 모든 세대가 같은 13%를 부담하게 되는 만큼 보험료 차등 인상은 한시적인 것"이라며 "더 부담하는 세대가 있지만 그동안의 제도적 혜택을 누가 받았는지, 남은 보험료 납입 기간은 얼마인지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설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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