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내건 금융권 총파업…관건은 '여론'
'이자장사·고임금' 비난 부담…파업동력 한계 전망도
2024-08-29 08:00:00 2024-08-29 08:58:1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은행권 이자장사와 고임금에 대한 비난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총파업 명분으로 내걸었는데요. 금융권 현장에서는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총파업에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금융노조 "영업시간 단축"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내달 총파업을 준비중입니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 전달을 시작으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측)과 20여 차례의 교섭을 진행해왔습니다.
 
노조는 사측과 임금인상률과 단체협약 요구안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4차 대표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달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2차까지 진행된 중노위 조정도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노조 측은 총파업 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금융노조가 주장하는 이번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 비정상적 근무시간 정상화(영업시간 단축), 주4일제 실현입니다. 금융노조는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여 국가적 최대 난제인 저출생을 타계한다는 목표로 투쟁에 나선다"며 "금융노동자의 투쟁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라는 책임감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은 1시간 단축 운영된 바 있습니다. 이후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영업시간은 원상 복귀했는데요. 노조는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 시작으로 30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 시작으로 30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은 1시간 단축 운영된 바 있으나, 이후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영업시간은 원상 복귀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에 영업시간 정상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임금인상률 협상도 가시밭길
 
금융권 노사는 임금 협상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당초 올해 임금인상률로 총액임금 기준 8.5% 인상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경제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 전망치에 최근 3개년(2021~2023년) 동안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 상황(3.8%)을 고려해 결정한 수치입니다.
 
반면 사측은 총액 임금 대비 1.5% 인상률 적용을 제안했습니다. 현재의 임금 수준과 대내외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측정했다는 입장입니다. 노조와 사측은 조율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지만 시각차가 여전히 큽니다. 임금인상을 논의하는 노사 모두 고임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22년 9월16일 금융노조가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노사 모두 국민적 반감 우려
 
금융노조가 총파업 핵심 과제로 영업시간 단축과 주 4일제 시행을 내세운 것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간 여론은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은행이 '이자장사'에 골몰하며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의 이자이익 환원을 골자로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임금 인상률을 총파업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 파업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금융노조 총파업 역사를 둘러보면 일선 현장 직원의 처우와 관계가 적을 수록 총파업 참가율도 떨어졌습니다.
 
지난 2022년 총파업에는 5.2% 임금인상과 주 4.5일 근무제 실시, 점포 폐쇄 속도 조절과 함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는데요. 본점 지방 이전을 둘러싸고 산은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책은행 직원들의 참가율이 높았지만 시중은행의 참여는 저조했습니다.
 
총파업이 최종 가결되더라도 실제 파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91.3%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지만 실제 파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각종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고, 금융당국이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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