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또' 충돌…의대 증원 유예 제안, 대통령실 '거절'
한 "여러 의견 나눴다"…추가 갈등 가능성 상존
2024-08-27 16:38:42 2024-08-27 16:38:4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또 한 번 충돌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 방안을 제시했으나 대통령실이 이를 거부하면서인데요. 한 대표가 "여러 의견을 정부와 나눈바 있다"고 갈등설을 일축하는 모양새이지만, 향후 한동훈 체제의 최대 난관은 윤 대통령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증원 유예" 제안에…대통령실 "협상 대상 아냐"
 
한동훈 대표는 27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세 현장간담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 관련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그가 정부에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데에 대한 반응입니다. 
 
한 대표의 절충안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최대 1509명까지 늘리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되, 내년인 2026학년도 증원은 미루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요.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학입학 정원은 2년 전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됐다"며 협상 대상이 아니라 잘라 말했다고 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상급 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급선무라고도 강조했죠. 
 
이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마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일단 한 대표는 "여러 의견을 정부와 나눈 바 있다. 그렇지만 논의 단계라 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 발 물러났는데요. 
 
여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내에서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대 증원 유예를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보도는 누가 봐도 여당에서 흘린 것"이라며 "앞으로 여당에서 흘리는 것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천 원내대표는 "여당에서는 나름대로 민심을 챙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 대표 입장에서는 대선 주자로서 자기가 살아야 되니까 '대통령이 우리 말 안들어요'라고 고자질하는 것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국민 눈높이" 갈등 이후 5번째 '대립'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한 대표가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빈번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봅니다. 실제로 한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수 차례의 갈등과 봉합을 반복했는데요.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한 위원장에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던 것이 첫 번째 충돌이었습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대화합의 장을 연출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는 듯 했지만, 지역구·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도 또 한 번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한 대표를 공개 저격하면서인데요.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의 인내가 한도에 다다른 결과라는 해석이 대체적이었습니다. 
 
이후에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한 대표 사이의 문자메시지 공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문자를 '읽씹'(문자 읽고 무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높은 지지율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고, 이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당직 인선을) 당 대표가 알아서 하라"고 일임하면서 수습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광복절 특사로 복권시킨 것을 두고 한 대표가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족스러움을 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미 결정된 것인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확전은 막았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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