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흥망성쇠)①위기 직면한 유통명가…생존 위한 몸부림
오프라인 매출 비중 58.6%→49.5%
이커머스 득세에…'유통 공룡' 이마트도 휘청
"오프라인 축소 불변…온라인 보조 역할로"
2024-06-20 16:36:57 2024-06-20 17:05:08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유통업계 전통 강호인 오프라인 기업들이 환경 변화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득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위주 업체들은 재무 부담이라도 덜기 위해 구조조정과 매각 추진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뀐 소비 형태와 고물가 시대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유통업체의 업태별 매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 연간 매출을 앞질렀습니다.
 
해당 조사는 총 25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준대규모점포(SSM) 등 오프라인 업체 13개사와 온라인 유통업체 12개사로 구성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보편화와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의 성장으로 전자상거래는 더욱 접근이 쉬워졌고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식품 등 주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물품에 대한 소비 습관은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약 2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국내 소비 관행을 바꿔놨습니다. 집객을 제한하고 대인 접촉을 기피하는 기조에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끊었고, 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자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죠.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소비 형태의 대세는 온라인으로 기울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9년만 해도 오프라인 업체의 매출 비중은 58.6%에 달했습니다. △2020년 53.5% △2021년 51.6% △2022년 50.8% △2023년 49.5%로 급감하며 절반 수준을 하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되며 4월에는 46%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반면 온라인 업체의 매출 비중은 2019년 41.4%에서 2023년 50.5%로 4년 만에 9.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소비 형태 변화에 더불어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역 확장 결과입니다. 편리한 구매와 빠른 배송 시스템을 앞세워 주력 품목인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컬리는 새벽 배송으로 문 앞까지 식재료를 배달해 줬고, 쿠팡도 신선식품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론칭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오프라인을 위협했고 기업에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이마트마저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내달 이마트와 합병을 앞둔 기업형 슈퍼마켓(SSM)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 또한 2011년 이마트 인수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합니다.
 
지난 3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패턴이 고착화되고 있고, 고금리·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 소비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주력인 대형마트 부문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온라인 사업과 자회사로 인한 재무 부담을 신용등급 하향 이유로 꼽았습니다.
 
홈플러스는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 중입니다.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해왔으나, 최근에는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 개선 돌파구를 찾는 모습입니다.
 
대형마트·백화점 매출 하락…"오프라인 축소는 불변"
 
올해도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주요 25개 유통 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상승한 15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온라인은 전반적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며 매출이 22.2%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은 오히려 0.2% 감소했습니다.
 
대형마트 매출이 6.7% 감소했고, 백화점은 2%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대비 휴일이 하루 감소하면서 이들 채널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산업부 측 설명입니다.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대형마트는 경쟁 상대인 이커머스 시장에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내주고 있고, 백화점 또한 매출을 떠받치는 고가 브랜드(명품)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비 감소하고 있는 점이 하락세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이 오프라인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의 축소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업계에서의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의 상대적 성장세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은 이미 전자상거래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B2C(기업 대 고객)' 시장이 이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물론 오프라인 시장이 제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온라인이 주력 소매 업태로 자리매김하고, 오프라인이 보조하는 형태의 구조가 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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