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 위협 아닌 현실)반도체 장비·설계까지 중국 굴기…"K반도체, 중국 기술력 파악부터"
메모리·파운드리 한국 선두…팹리스·후공정은 중국이 추월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주력중
전문가들 "중국 기술력 파악하고, 잠식당할 분야부터 적극 지원해야"
2024-05-10 16:00:00 2024-05-10 1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패권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매서운 추격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 견제를 이어가는 미국과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첨단반도체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부터 설계까지 영향을 확대해 나가려는 상황에서 K-반도체가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한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좁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팹리스와 후공정 분야는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그간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부분을 해외기업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과 제재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국산화에 주력하면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크게 제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반도체 장비기업은 1560여개로 집계됩니다. 이 중 베이팡화창(Naura), 중웨이반도체(AMEC) 등 41개 기업이 상장됐습니다.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1조2319억 위안(233조6791억원)에 달합니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2012~2022년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은 연평균 27%씩 성장했습니다. 지난 2022년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5%로 전년대비 14%p 상승했습니다. 특히 후공정(테스트·패키징) 분야에서는 해외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팹리스 분야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팹리스 수와 매출액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투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팹리스 수는 2014년 681개에서 2021년 2810개로 7년간 4.1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3배 증가하면서 2021년 기준 4519억 위안(85억7209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칩 설계 분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중국의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렌 등 설계 기업은 고성능 첨단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반도체.(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주요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술인력 유치, 기업 인수 등을 통한 기술 노하우 획득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첨단 패키징을 통해 칩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우회 방법을 통한 첨단반도체 확보를 추진하고자 할 것"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이 단기간에 첨단반도체 제조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겠지만, 국가적 지원이 이어질 경우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내 로컬기업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가 과학기술 중요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중국 시장은 로컬기업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K-반도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중국에게 잠식당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으로 구성된 '칩4 동맹'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교수는 "K-반도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지원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략적으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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