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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전세보증금 '폭증'…HUG 곳간도 '비상'
전세보증금 사고액-건수, 모두 '사상 최대'…떼인 보증금, 1분기에만 1조4354억
HUG 2년째 적자, 시한폭탄도 도래…관건은 '부동산 경기'
2024-04-17 18:03:06 2024-04-18 10:22:39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주지 않아 발생한 사고 규모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사고는 지난해 연간 4조3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급증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최근 3년만 놓고 보면 1년이 지날 때마다 2배, 4배 등 2의 제곱수만큼 사고액과 사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세 사기와 역전세 여파에 따른 전세보증금 사고가 급증하면서 최근 2년간 연속 적자를 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HUG는 보증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17일 HUG의 2013년 9월~2024년 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확인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보증금 사고액-건수 모두 급증세
 
17일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 집계를 보면 올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월별로 따졌을 때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분기 7973억원 대비 80.0%(6381억원) 급증한 수준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올해 전세보증금 사고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 됩니다. 1분기 사고 건수는 659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분기 발생한 3474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총 사고액과 사고 건수는 각각 4조3347억원, 1만9350건이었습니다. 세입자 2만명가량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해 HUG에 대신 돌려달라고 청구했습니다. 흐름은 그야말로 악화일로입니다. 2015년 1억원 규모 사고가 1건 발생한 이후 2016년 34억원(27건), 2017년 74억원(33건), 2018년 792억원(372건), 2019년 3442억원(1630건), 2020년 4682억원(2408건), 2021년 5790억원(2799건), 2022년 1조1726억원(5443건) 등 기하급수적으로 사고액과 건수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HUG가 지난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554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 1분기 대위변제액은 8842억원, 대위변제 건수는 4020건입니다. 지난해 1분기 대위변제액 5865억원보다 50.8%(2977억원) 증가했습니다. 대위변제액도 2015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세를 기록 중입니다. 특히 최근 사고액과 사고 건수 흐름을 보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는 동안 2배 증가한 후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엔 4배 등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17일 HUG의 2013년 9월~2024년 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시한폭탄 도래에 부동산 침체까지…HUG 재정 악화 우려
 
전세보증금 사고 규모가 폭증하면서 보증보험 취급 공기업인 HUG의 적자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집값이 정점이던 2021년 하반기(7~12월) 이후 내림세가 본격화한 2022년 4분기(10~12월)까지 체결한 임대차 계약 만기의 도래는 시한폭탄과도 같습니다.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 평균 전셋값은 1억6868만원으로 2년 전 3월 대비 6.8% 하락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월 기준 3억7313만원으로 2년 전보다 16.9% 감소했습니다. 결국 집주인이 새로운 전세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 매매가격이 내려간 경우 기존 대출금액을 감안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냈습니다. 특히 지난해 손실 규모는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입니다. HUG 측은 "현재 충분한 보증공급 여력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증리스크 관리와 채권 회수 강화 등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HUG의 해명에도 재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지 못할 경우 전세보증금 사고 규모와 HUG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HUG는 대위변제 후 보증사고 발생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사고 주택을 적정 가격에 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매에 넘겨도 평균 70~80%가량만 회수할 수 있어 보증사고가 대거 발생할 시 조 단위의 대규모 손실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HUG는 돌파구를 위한 방안으로 이날 서울보증보험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주택 도시기금법 개정에 따라 서울보증보험 보증부 전세대출을 받은 임차인도 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겁니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에 질권 등 금융기관 담보권이 설정돼 있으면 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이 어려웠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는 심사 기준을 강화해 HUG가 받아줘야 한다"며 "HUG 재정 건전성이 계속 악화하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17일 HUG의 2013년 9월~2024년 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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