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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CDMO 판도변화…틈새 노리는 K-바이오
중국 기업 빠진 자리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 치열
2024-04-16 16:43:31 2024-04-16 16:43:31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들이 직격타를 맞고 있습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 유전자데이터가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된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같은 적대국 바이오 기업에게 이전되는 것을 촉진하는 바이오 장비와 원료 구매 계약 체결을 방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 결과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물보안법의 반사이익으로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수주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CDMO 기업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도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CDMO 1위 기업인 론자는 로슈가 소유한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12억 달러에 인수했고, 일본의 대표 CDMO 기업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도 12억 달러를 투입하며 미국 공장 추가 투자에 나섰는데요. 바이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 생물보안법 통과 여파로 글로벌 CDMO 시장이 재편될 기류가 보이자,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CDMO 기업들도 생물보안법 통과로 발생한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미국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제약사 상당수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는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직접 투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잠재 수주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시장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중에는 원료의약품 CDMO 사업회사 에스티팜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회사 에스티젠바이오 등이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중국에 의존하던 미국, 유럽 물량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9월 제2올리고동 기공식에 착수해 점점 커지고 있는 올리고 시장 물량에 대비하고 있고 에스티젠바이오는 유럽의약품청(EMA), 미국식품의약국(FDA) 실사 준비 중인 만큼 중국 바이오 기업을 대체할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격변하는 글로벌 CDMO 시장에 새로운 틈새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회사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일회용비닐백(Single Use) 기반 생산 시설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매우 유사하다"며 "2000리터 싱글유즈를 추가해 유연하고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는 스케일아웃 공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생물보안법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우시앱택과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데, 미국을 비롯해 우방국인 유럽, 일본 등의 고객사들도 중국 기업들과의 거래에 부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국내 기업들이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 외에도 유럽, 일본, 인도 CDMO 기업들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선점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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