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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 타당한지 의문"
한경협, 기업 밸류업 및 지배구조 관련 좌담회
2024-04-15 14:35:27 2024-04-15 15:18:4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기업별로 상황이 다양한데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밸류업 인센티브와 지배구조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밸류업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도 재무건전성이 낮을 경우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런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밸류업 인센티브가 지배구조를 앞세우다 밸류가 낮은 기업을 우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윤석열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배구조를 프로그램의 인센티브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수지배구조 기준이 과연 측정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며 "객관적인 연구결과도 존재하지 않고, 그런 연구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몇몇 '우수지배구조'라는 데 대해 "'특수관계인이 개인회사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완전모자회사가 많으면 '우수지배구조'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자본 조달 방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신산업 진출 등 사업확장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완전모자회사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의결권 주식을 100% 소유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이어 "소위 '우수지배구조'는 '지배주주 보유주식수가 많은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는 이미 공정위의 면밀한 감시주로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밸류업을 위해 금융·자본시장 밸류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은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에 있다"며 "기업지배구조를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가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어 "상장사의 밸류업을 위해 금융사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계기업을 자본시장에서 걸러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 근본적인 밸류업을 위해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기업 밸류업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수익성·성장성 이외에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연 교수는 근본적인 밸류업 해법에 대해 "외환시장 규제 완화,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등 금융시장 발전방안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을 밸류업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그는 지배구조를 밸류업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삼는 데 대해선 "현재 소위 좋은 지배구조라고 제시되는 기준들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유집중·분산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좋은 소유구조라는 것은 없으며 좋은 소유구조 자체가 좋은 지배구조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어떤 지배구조가 우수한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와 실증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업의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연강흠 연세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철 한경연 원장, 권재열 경희대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사진=한경협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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