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 감독 "P의 거짓, 최선 다한다는 약속에 충실"
출시 한 달 앞두고 우려와 기대 교차
DLC 시나리오·설정 기획자 모집
예매 하루만에 한정판 품절된 곳 생겨
최지원 감독 "데모 Q&A 때의 약속에 충실"
2023-08-18 17:28:03 2023-08-21 13:52:4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8일 오후 4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연예인 없는 팬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 두 명을 보기 위해 100명 가까이 줄 지어 섰고, 이들이 받아든 사인용지엔 'Lies of P(P의 거짓)’가 적혀있었습니다.
 
평일 낮 수많은 사람이 개발자를 만나러 달려오게 한 이 게임은, 2분기 49억원 적자를 낸 네오위즈(095660)의 도약대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 배경을 프랑스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로 옮겨, 성인용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입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개발해 다음달 19일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날 사인회에서 만난 최지원 P의 거짓 총괄감독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원작과는 다르다는 점"이라며 "데모버전 공개 후 '디렉터 데모 Q&A' 영상에서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최지원 P의 거짓 총괄감독이 18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팬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앞서 최 감독은 6월20일 공개한 영상에서 "이미 소울라이크를 사랑하시는 플레이어분들뿐만 아니라 P의 거짓으로 처음 이 장르를 플레이 해보시는 분들 모두 저희에게는 매우 소중하다"며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데모 버전은 P의 거짓 본편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P의 거짓 데모버전 내려받기 횟수는 100만건이 넘습니다.
 
네오위즈는 전날 스타필드 하남에서 시작한 한정판 전시·데모 체험 행사로 출시 전 막바지 홍보전에 돌입했습니다. 23일에는 독일 게임스컴에 참가해 해외 게이머들 시선도 고정시킬 예정입니다.
 
이제 네오위즈는 갈림길에 들어섰습니다. 이야기의 흡인력은 원작 동화로 입증됐지만, 문제는 '장르의 벽'입니다. 소울라이크는 일본 프롬소프트웨어가 만든 소울 시리즈(다크소울, 블러드본, 세키로 등)의 특징을 계승한 작품을 가리킵니다. 주인공은 셀 수 없이 죽기를 반복하며 적의 약점을 공략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난관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이 그 전의 좌절을 압도하는 맛에 하는 장르죠. 그래서 캐릭터가 아닌 게이머가 성장하는 재미를 준다는 게 팬들의 평가입니다.
 
친절해진 요즘 게임과는 분명 다른 입맛입니다. 대작으로 인정 받은 타사 게임을 둘러봐도, '좌절 없는 게임'이 대세입니다. 당장 플레이스테이션(PS)5에서 '마블 스파이더맨'과 '파이널 판타지 XVI'을 실행해 보면, '스토리 (포커스) 모드'가 있습니다. 실력이 없지만 게임의 서사를 즐기고픈 게이머를 위한 선택지입니다. 물론 긴장감 있는 게임을 원하는 사람은 난이도를 올리면 됩니다.
 
반면 P의 거짓은 여타 소울라이크처럼 난이도 선택이 없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는 P의 거짓으로 처음 소울라이크를 접한 입문자가 이 장르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각종 편의 기능을 제공했는데요. 예를 들어 각 장의 보스전에서 피노키오가 파괴되면 누적된 필살기 기운과 재화 등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걸 통틀어 '잃어버린 에르고'라고 부릅니다. P의 거짓에서는 피노키오가 결투장 앞에서 이걸 안전하게 줍고 재도전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소울라이크 입문자와 기존 게임 전투가 불만이던 팬을 위한 배려입니다.
 
18일 오후 스타필드 하남에 마련된 ‘P의 거짓’ 행사장 앞에서 최지원 총괄감독과 노창규 미술감독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래도 여전히 이 게임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눈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여타 롤 플레잉 게임(RPG)과 달리, 지도 없는 P의 거짓 데모버전은 맘 놓고 즐기기 힘들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네오위즈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소울라이크는 난관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이 그 전의 좌절을 압도하는 맛에 하는 장르여서, P의 거짓이 그 공식을 철저히 따라야 '망자'로 불리는 소울 팬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 장르의 종가인 프롬소프트웨어도 장르 특유의 불편함과 편의성을 조율하며 신규 게이머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누적 판매량 2000만장을 기록한 2022년작 '엘든링'이라는 게 소울라이크 팬들의 평가입니다. 라운드8은 P의 거짓 역시 단단한 장르의 토대 위에 초보자도 난관을 극복할 요소를 여럿 넣었다고 설명해왔습니다.
 
시장에선 네오위즈가 소울라이크 게임성에 집중해 쏜 화살이 '실적 상승' 과녁에 꽂힐 것으로 내다봅니다. P의 거짓 판매량은 200만~250만장으로 전망합니다. 지난해 게임스컴 3관왕 기록을 세웠지만, 신규 IP(지적재산권) 작품인 점과 출시일 엑스박스(Xbox) 게임패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한 수치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네오위즈가 '잔혹동화 시리즈' IP 개발 역량을 증명한다면, 이후 '내려 받을 수 있는 콘텐츠(DLC)' 판매와 후속작 개발도 탄력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라운드8 스튜디오는 골드행(완성작의 디스크 대량 생산) 돌입과 함께 DL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채용 정보 사이트에는 'P의 거짓 DLC 시나리오/설정 기획자(경력)' 게시물이 등록돼 있습니다. 본편 판매의 여세를 DLC 판매로 몰아 제품 수명 연장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출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전날 네오위즈가 예매를 시작한 P의 거짓 한정판이 한 온라인 상점에서 하루만에 품절됐습니다. 한정판 구매자는 출시 3일 전인 9월 16일부터 P의 거짓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피노키오 심장인 'P 기관'에는 회중시계가 붙어있습니다. 이 작품을 예약 구매한 게이머의 심장도 째깍대고 있습니다. 출시일 정각에 알람이 울리면, 세상이 네오위즈와 한국 게임을 보는 방식이 결정될 겁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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