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메기 자처한 대구은행, 체급 한계 넘을 수 있나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인가 조건 부합
기업대출 등 영업 규모 키워야 경쟁력 생겨
2023-07-11 06:00:00 2023-07-1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7일 17: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며 은행업 과점체제를 깰 수 있을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제시하자 대구은행은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요건을 갖춘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발표하고, 은행업계의 기존 틀을 뒤바꿀 '메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경제 조력도 규모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작아 은행 판도를 뒤집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대구은행)
 
지방은행 중 유일한 조건 부합 은행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법적인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이하, 비금융 주력자 지분율 4% 이하를 항목해야 하는데,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7006억원이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139130)의 100% 자회사로, DG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도 10% 이하인 8.78%이며 삼성생명(032830) 지분율도 3.35%로 법적인 요건에 모두 부합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TF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은행권 역대 최고 실적의 주요인이 시중은행 과점체제에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으로 전환이 가능한 은행은 DGB대구은행뿐으로, BNK금융지주(138930)JB금융지주(175330)의 은행들은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은산분리가 장애물이 됐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자회사로 있는 BNK금융은 부산롯데호텔이 지분의 11.4%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모회사인 JB금융은 삼양사(145990)가 지분의 14.4%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지난 3월부터 전환 검토를 시작했다. 은행업권의 메기 역할을 자처하면서 지방 상생을 위해 전국에서 창출한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역할을 모두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3개월 내에 전환 준비를 마친다는 입장으로, 시중은행 전환 추진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컨설팅사와 협업해 시중은행으로서의 경영계획을 수립 후 전환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구은행이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넓히는 것은 시중은행 전환 결정 이전에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던 부분으로, 전국 대출 규모와 지역 대출 규모를 동시에 늘리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역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메기 역할'...부족한 영업규모
 
금융당국의 당초 목적에 부합하려면 대구은행은 6대 은행으로 도약해 현재 5대 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나 대구은행이 진정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은행은 PRM제도를 활용해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넓혀 기업대출을 늘렸지만 5대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7일 각 사의 1분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총자산이 가장 많은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84조원으로, 대구은행의 73조원과는 40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여신규모도 격차가 크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기업대출 성장에 특히 힘을 쏟고 있으나 5대 시중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약 300조원으로, 대구은행의 총여신 52조원에 비해 6배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국민은행이 198조원, 하나은행이 191조원, 가장 적은 농협은행의 경우에도 152조원의 기업대출을 실행했지만 대구은행은 34조원으로 농협은행과 비교해도 118조원 차이다.
  
고객 접근성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1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영업점은 해외지점 2곳을 포함해 143곳이다. 최근 몇 년간 영업점을 줄이는 추세였다고 하더라도 1분기 기준 5대 은행의 영업점은 총 2541개로,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731개다. 대구은행과는 588개 차이다.
 
영업규모가 작으니 당기순이익 규모도 5대 은행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분기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78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 9707억원과는 8000억원 이상이 차이난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우리은행이 0.19%, 국민·신한·하나 은행이 0.2%대, 농협이 0.3%임을 감안하면 대구은행은 1분기 기준 0.6%의 고정이하여신비율로, 농협과 비슷한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0.3%p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처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구은행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 변경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시중은행 전환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점체제를 해소할 만큼의 규모가 아닐뿐더러 은행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를 따라 경영하고 있어 단기, 중장기 모두 큰 효과를 볼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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