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또 '자진출두 쇼'…꿈쩍않는 검찰
'정치 쇼' 비판에 '피의 사실 공표' 주장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선 기존 입장 되풀이
2023-06-07 14:25:32 2023-06-07 18:03: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 출석했지만 조사가 불발됐습니다.
 
송 전 대표는 7일 오전 9시23분쯤 돈봉투 의혹에 대해 조사 받겠다며 스스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일 자진 출두 당시와 마찬가지로 청사 내부 종합민원실 창구 앞에서 검사와 통화조차 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검 청사 앞에서는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송봉투'·'봉투남 구속하라' 등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소란스러운 와중에 품 안에서 A4용지를 꺼내 입장문을 낭독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 2년 전 전당대회 선거 때 사건이 특수부가 수사할 사안인가"라며 "검찰은 저의 주변 사람들을 불러 억지로 진술을 강요하고 민주당을 이간질 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저를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없는 증거를 쥐어 짜고 조작하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중단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집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검찰의 응답이 없는 자진 출두를 또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 보고 정치적 쇼 한다고 하는데 저의 반론권은 어디서 확보할 수 있겠나"라며 "준비 안된 상태에서 피의 사실 공표해 모든 사회 생활을 못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허위 진술 이끌고 증거 조작"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일, 수수자에 대한 정보 등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돈봉투 살포·지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의 영장에는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금품 전달 요청에 돈을 내줬고, 기획 회의 내용도 모두 보고 받았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보좌관은 부인하고 있다"며 "검찰은 허위진술을 끌어내고 증거 조작도 하는데 모든 싸움은 법정에서 상호 검증 통한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로 판단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송 캠프 지역본부장이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한 진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라며 "한 사람의 일방적인 진술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최근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해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 29명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한 것에 대해선 "코메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 의원실, 본회의장, 상임위원장실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데 그 기록이 무슨 증거 능력이 있겠냐"라며 "검찰이 괜히 국회와 민주당을 창피주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출입증교부처에서 2차 자진출석해 출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영길, '증거인멸' 혐의 계속 부인
 
검찰에 아른바 '깡통폰'을 제출하며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혹에는 "한국폰을 폐기하고 학교에서 제공한 프랑스폰을 썼고 귀국해서 1주일 쓴 새 폰을 제출했다"며 "헌법상 진술 거부권과 죄 인정을 안 할 권리가 있고 대법원 판례도 자기 증거 삭제는 증거인멸이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송 전 대표 등 사건 관계인들이 증거를 은폐하고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월29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자택에 없다가 다음날 새 휴대폰을 제출하며 증거인멸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그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의 PC 일부도 포맷되며 검찰의 증거인멸 의심을 낳았습니다. 송 전 대표를 둘러싼 증거인멸 정황들은 돈봉투 살포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강 전 위원에 대한 주요 재구속 사유가 됐습니다. 
 
현재 검찰은 돈봉투 공여에 관여한 캠프 관계자, 수수자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돈봉투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를 소환할 예정입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2차 자진출석을 거부당한 후 1인 시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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