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불던 IPO 시장, 오아시스발 빙하기 도래?
컬리 이어 오아시스 '상장 철회'
"적정 가치 평가받기 어려워"
대어급 IPO 관망세 확산
2023-02-15 06:00:00 2023-02-15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렸던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가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올해 상장이 예정된 첫 번째 '조 단위' 대어급 종목이 기업공개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대형사 기업공개(IPO)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평가입니다. 
 
오아시스 회사가치 기대 이하 평가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를 제출하고 상장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오아시스는 지난 7~8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했으나 다수가 당초 오아시스가 희망한 공모가 밴드(3만500원~3만9500원)에 밑도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결국 철회를 결정한 것이지요. 대다수 기관은 2만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챗 지피티(Chat GPT) 출현으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었다"면서 "국내 IPO 시장에도 기술, 2차 전지 등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데다 앞서 컬리의 상장 철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한 1조원대 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상장은커녕 오아시스에 앞서 올해에만 현대삼호중공업, 컬리, 케이뱅크 등이 상장을 철회했어요. 경기 불황 속에 기업들이 눈치 보기에 나선 가운데 오아시스가 IPO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죠. 오아시스가 외형적 성장을 갖춘 뒤 향후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상장을 재추진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이득을 기대하는 재무적투자자(FI) 비중이 높아 마냥 적기를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죠. 
 
 
현재 시장에서 상장 추진을 예상하는 대어급 IPO 후보군으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에코플랜트, LG CNS, CJ올리브영, 라인게임즈, SSG닷컴, 11번가, 두산로보틱스 등이 꼽혀요. 특히 오아시스와 유사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11번가와 SSG닷컴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기업은 지원 여력이 충분한 신세계·SK 등 대기업 계열사로 오아시스와 상황이 다르기에 무리하게 IPO를 추진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제고에 힘쓸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오아시스 수요 예측 결과로 향후 대형주의 부진을 예상하기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오아시스는 당초에 기관들의 관심이 크지 않고 참여 역시 저조했다"면서 "향후 대어들은 보수적인 접근으로 IPO 시점을 미룰 수는 있겠으나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LG CNS가 탄탄한 실적 성장세를 기반으로 가장 먼저 상장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LG CNS는 오는 3월 이내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시장 상황과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구체화할 전망입니다. 

중소형 공모주는 '따상' 열풍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증시 불황으로 제값 받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지난해에 IPO 시장에서도 '대어'들이 연달아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한 바가 있죠.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13곳에 달했습니다. 올해도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 현재까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중소형 공모주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요. 미래반도체(254490)오브젠(417860), 스튜디오미르(408900), 꿈비(407400) 등인데요. 공모가가 낮고 유통 물량이 적은 점이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IPO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려면 중소형주보다 오아시스 같은 대형주가 공모에 흥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IPO 시장이 양극화를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부담이 적은 종목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증시가 침체기인 만큼 합리적인 공모가가 중요하고요. IPO 시장이 점차 개선돼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당분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대형주의 성공을 쉽사리 장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가가 상승으로 방향을 잡아줘야 비교 대상 그룹 군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공모가격을 잘 받을 수 있다"면서 "결국 주가 흐름이 가장 중요한데 올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IPO 시장이 저조한 실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지난 8일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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