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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메타버스라는 ‘떡밥’
2021-11-23 06:00:00 2021-11-23 06:00:00
2021년 가장 화제가 된 걸그룹은 에스파다. BTS를 제외한다면 아이돌을 통틀어 가장 큰 히트를 쳤다. 영화 <분노의 질주:홉스&쇼>OST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한 ‘넥스트 레벨’로 크게 인기를 끌며 그들의 SM 선배 걸그룹인 레드 벨벳과의 세대 교체까지 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 범위가 국내로 줄어들고, 따라서 큰 투자를 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새로 아이돌 시장의 중심에 선 것도 대단하지만, 그 보다 에스파에 큰 관심을 쏠리게 한 원인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팀이라는 데 있다.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으로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소설의 출간 연도에서 알 수 있듯 아날로그 시대의 상상이었다. PC와 개인 이동통신이 보편화되기전의 세상이었으니, 가상의 세계에서 서로가 연결되어 사회 활동을 한다는 건 발상만으로도 참신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머지 않아 닥쳤다. 21세기를 전후하여 사이버 가수가 등장하고, 싸이월드가 히트를 치면서 모르는 이들끼리 쉽게 연결되는 세계가 열렸다. 심지어 싸이월드에는 미니미라는 이름의 아바타를 활용, 온라인 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이 등장한 이후에는 온라인 게임이 하나의 세계가 됐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게임 상에서도 일어났고, 어떤 사례는 논문이 되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즉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에서 메타버스는 늘 존재해왔던 것이다. 세상은 이 가상 세계를  ‘사이버스페이스’, ‘’증강현실’ 같은 시대별 이름으로 칭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와 기존 가상 현실을 일컫는 명칭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이 개념을 소화하는 세대의 차이다. 이른바 MZ세대, 즉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 세대에게는 중요한 특징이 있으니 사춘기, 혹은 그 이전부터 디지털 세상에 친숙하다. 학습이 아닌 습득과 놀이틀 통해 사이버 월드의 문법을 체득했다. 놀이터보다 게임으로 친구를 만났고 사회화를 했다. 대부분의 유행어가 게임과 그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통해 등장하고 퍼졌다. 따라서 그들에겐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이전 세대보다 희박하다. 둘째, 기술의 발전이다. 2D는 3D로 진화했고, 실제 영상과 CG의 차이가 없어졌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된 온라인 콘서트가 큰 위화감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팬덤의 힘에 기반했기 때문은 아니다. 특히나 에스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세계관’을 구축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은 현실보다는 가상이 적합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로 규정된 메타버스는 장미빛 미래일까? 가능성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대두된다. 인터넷 시대와 함께 공연 산업은 성장해왔다 다운로드, 스트리밍의 등장으로 음악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역으로 공연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다. 티켓 예매 및 동선 확보 등 공연 관람을 위해 필요한 내용 역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용이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산업 또한 공연이었다. 특히 케이팝 붐과 함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한국이 그랬다. 지난해 방송국 관계자들은 “올해만큼 특급 아이돌 섭외가 쉬운 적이 없었다”라고들 말했다. 해외 스케줄이 일거에 취소되면서 모두 국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올랐였다. 록이나 힙합처럼 실제 연주와 가창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게 중요한 해외 주류 장르와는 달리, 댄스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는 아이돌 산업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온라인 콘서트를 연출하기에 적합했다.
 
이 가능성은 유한할까.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변수다. 내년을 계기로 공연 산업이 재개되면, 그 동안 공연에 목말랐던 이들의 폭발적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만능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은 과거 증강현실, 사이버스페이스, 블록체인 처럼 이상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과거의 개념들이 세계적 IT의 이슈였던 반면, 메타버스는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개념이다. 어쩌면 이 개념이 새로울 것 없는, 시대에 따라 반복되는 키워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직은 ‘키워드 팔이’ 이상의 현상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noisep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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