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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면조사'…공수처, '한 전 총리 사건' 먼저 털고 가나
첫 직접 조사 대상 의혹으로 '한 전 총리 사건' 선택
'고발 사주' 등 4개 혐의 중 상대적으로 쟁점 없어
거물 수사 경험 법조인들 "서면조사 후 소환 드물어"
2021-11-16 17:55:17 2021-11-16 17:55:17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서면진술 요청서를 보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에 대한 4가지 의혹 중 법리적 쟁점이 상당부분 정리된 의혹 먼저 털고 가자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1일 윤 후보 측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내용의 서면 진술을 요청했다.  
 
한 전 총리 관련 의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시 이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로 재배당하고 기존 수사를 맡았던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다른 검사로 교체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게 내용이다.
 
공수처가 윤 후보 측에 보낸 서면진술 요청서는 자술서 형식으로,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관련 의혹 사건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로 재배당한 이유와 임 검사를 다른 검사로 교체한 경위 등 여러 세부사항에 대한 질의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공수처가 윤 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 중 직접 조사대상 사건으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사건을 선택한 이유다. 공수처가 입건한 윤 후보 관련 사건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법관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 4가지다. 
 
이 중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운국 차장이 직접 팀장을 맡아 수사 중이다. '법관 사찰 문건' 의혹 역시 법원에서 먼저 사실관계를 특정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선고까지 나온 터라 공수처 입장에서는 해볼만 한 사건이다. 공수처는 '법관 사찰 문건'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를 입건한 데 이어 최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현재까지 공수처의 수사상황을 종합하면 이 두 사건이 공수처 수사의 주력 분야인 셈이다.
 
다만, '한 전 총리 관련 의혹' 사건의 경우 이미 올해 3월 대검찰청이 수사 과정에서 위증 의혹을 받은 당시 수사팀과 재소자 2명 모두를 불기소 처분한데 이어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명으로 재심의한 고검장·대검 부장회의도 불기소 처분이 맞다고 결론냈다. 박 장관 역시 이를 수용하고 재지휘하지 않았다. 사실상 결론이 난 사건으로, 공수처가 새로 들여다 보더라도 더 나올 것이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공수처로서는 쟁점이 없는 사건을 먼저 털고 나머지 의혹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서면조사 형식을 선택한 것도 공수처가 '한 전 총리 사건'을 먼저 마무리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고위 권력층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서면조사를 하는 경우는 (피의자를) 거의 부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도 "신문은 피의자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야 효과가 있는데, 서면조사는 신문사항을 먼저 알려주는 셈이기 때문에 소환조사를 앞둔 피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거물 정치인들을 변호한 경험이 있는 형사전문 변호사는 "서면조사가 꼭 불소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공수처가 쥐고 있는 카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서면 진술 답변 뒤 윤 후보에 대한 소환 가능성에 대한 <뉴스토마토> 질문에 "서면진술이 오면 내용을 살펴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에서는 이완규·손경식 변호사가 답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위해 1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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