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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듀오 다프트펑크, 28년 활동 끝에 전격 해체
2021-02-23 09:52:18 2021-02-23 09:52:1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펑크(토마 방갈테르, 기마누엘 드 오멩크리스토)가 28년 활동 끝에 전격 해체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전문매체 피치포크는 다프트펑크의 홍보관리자 캐서린 프레이저에게 직접 연락해 해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레이저는 구체적인 해체 배경을 설명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다프트펑크는 2006년 음악 필름 '일렉트로마(Electroma)'의 '에필로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헬맷을 쓰고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던 중 기마누엘이 토마의 등에 달린 폭탄을 터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내 토마는 빈 공간으로 걸어가 폭파된다. 기마누엘은 다시 황량한 사막 어딘가로 유유히 떠난다.
 
이날 이 영상에는 '1993~2021'라는 숫자가 붙어 활동종료임을 암시했다.
 
1993년 'Homework'로 데뷔한 다프트펑크는 전자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아티스트다.
 
1990~2000년대 비주류 장르였던 전자음악을 주류로 부상시켰고, 현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세계화에 토대를 마련했던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기 마누엘 드 오맹 크리스토(47)와 토머스 방갈테르(46)로 이뤄진 듀오다. 
 
그간 'One More time',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Get Lucky' 등의 글로벌 히트곡을 냈다. 총 12번의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라 6번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공연을 비롯해 공식석상에서 항상 헬멧을 착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들은 "1999년 9월 9일 오전 9시9분에 샘플러가 터져 정신을 차려보니 로봇이 돼 있었다"는 로봇 세계관, 신비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다프트펑크. 사진/AP, 뉴시스
 
두 사람은 1992년 프랑스 국민밴드 '피닉스'의 기타리스트 로랑 브랑코위츠와 기타 기반의 밴드 '달링'을 결성해 6개월 간 함께 활동한 바 있다.
 
이후 로랑은 피닉스로 떠나고 두 사람은 1993년 다프트펑크를 결성했다. 기타 대신 패드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도입, 프링스 하우스에 팝 요소를 섞은 음악을 선보였다. 
 
1집 'Homework'에 수록된 첫 히트곡 'Da Funk'는 빌보드 댄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래미상에 처음 후보로 지명됐다. 두 번째 히트곡인 'Around the world' 역시 그래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1년 2집 'Discovery', 2005년 3집 'Human After All'로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갔다. 2006년에는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 무대에 데뷔, 본격 미국 시장 진출의 돛을 단다.
 
이듬해 힙합 스타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정규 3집 'Graduation'에 다프트 펑크의 곡을 샘플링한 'Stronger'를 삽입하기도 했다. 이 곡은 2008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랩 솔로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2008년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라이브 버전으로 다프트 펑크는 그래미어워즈 '댄스 레코딩 상'을 안게 된다. 이들의 '얼라이브(Alive) 2007' 앨범은 '베스트 일렉크로닉/댄스' 부문을 받았다.
 
2014년에는 그래미 다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정규 4집 'Random Access Memories'로 '올해의 앨범', 수록곡 'Get Lucky'로 '올해의 레코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듀오는 음악활동에서도 '헬맷 뒤 비밀' 같은 작전들을 여럿 펼쳤다.
 
2015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언체인드(Unchained)’에는 20년의 비밀을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담겼었다. 
 
2006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처음 등장한 'LED 피라미드 조명'은 매니저조차 모르게 준비된 공연이었다. 4집 'Random Access Memories'의 데모 테이프를 전달하기 위해 엔지니어 피터 프랭코가 미 대륙을 횡단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2017년 그래미어워즈 무대에 선 다프트펑크. 사진/AP, 뉴시스
 
음악 제작 만큼은 컴퓨터가 아닌 실제 악기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심장박동 같은 따뜻한 비트가 앨범 전체를 휘감는 이유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협업도 활발하게 벌였다. 2014년 스티비 원더와 함께 선 그래미 무대에선 'Get Lucky'와 원더의 'Another star' 등을 믹스해 공연을 펼쳤다.
 
올해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R&B 스타 위켄드와 'Starboy', 'I Feel it coming'을 작업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내한공연을 한 적은 없다. 다프트펑크 공연은 한국 음악팬들의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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