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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갤브레이스와 코로나 불확실성 시대
2021-02-05 06:00:00 2021-02-05 06:00:00
코로나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다.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세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대면 접촉 사회에서 비대면 접속 사회로 고착화할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 백신이 대면 사회로 다시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실직자는 늘어나고 경제는 지난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크게 후퇴했다. 올해 어느 정도 회복할지 불확실하다. 한번 연기한 도쿄올림픽이 다시 열릴지도 확실치 않다. 국가 간 자유로운 왕래가 언제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내로라하는 미래학자조차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불확실한 미래는 많다. 미국이 과거처럼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당장 대한민국 사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남북문제도 불확실성 투성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문제를 놓고도 모든 국민에게 주어야 할지, 생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 줄지를 놓고 끝없이 왈가왈부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불확실하다. 백신을 내가 언제 맞을 수 있을지도 정확하게 잘 모른다. 정치, 외교, 통일, 경제,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불확실성 요소로 가득하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즉 해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해독은 곧 돈이다. 불확실성 시대 난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과연 없는 걸까.
 
코로나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한 인물이 떠오른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쓴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다. 40여 년 전인 대학 때 읽었던 그의 이 책을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시 살펴보았다. 코로나가 만들어내고 있는 21세기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톺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자기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지키거나, 갖고 싶은 것을 정당화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원전에서 많은 것을 얻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탈핵을 공격한다. 그 반대로 재생에너지 투자로 이득을 보고 있는 쪽은 원전을 공격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실제로 에너지 정책은 모든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있음) 일반인들은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헷갈린다. 갈등이 클수록 불안도 크다. 사회가 이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갤브레이스는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득을 주는 이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은 없다. 식량, 주택, 의료 서비스, 교육 또는 현금, 어떠한 형태를 취하든 간에 소득은 빈곤에 대한 최선의 구제책”이라고 설파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극명하게 드러난 것도 있다. 바로 소득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은, 그래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계층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정책이 정답이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홍수 등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은 사람만 골라 족집게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한 답이 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방을 벌인다.
 
그는 “자원을 장기간 지속시키기 위해 그 이용을 절약해야 한다는 것도 역시 곤란을 수반하는 진리”라고 지적했다. 이 세상에 무한한 자원은 없다. 태양에너지조차 영겁의 세월을 고려하면 결코 무한하지가 않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 등 배송 관련 자원들을 마구 사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사회를 위해 이를 억제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 과정에서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이밖에 “전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있다. 이 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같은 방역 정책을 떠올렸다.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는 불편하고 답답한 일상이 벌써 1년을 훌쩍 넘겼다. 마스크는 자신을 지키고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상징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적 무기이다. 얼핏 보면 나 자신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길게 보면 자신에게도 생명줄처럼 작용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갤브레이스의 말과 지혜로운 분석은 코로나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면서 난독증을 앓고 있는 우리들에게 분명 탈출구로 안내하는 길잡이기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하고 불확실한 시대다. 어느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것은 일을 그르치게 만들 위험성이 크다. 앞만 보지 말고 멀리 두루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이든, 주식이든, 기술개발이든, 정책이든, 인간관계든.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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