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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법 "사무장병원도 요양기관…원장 상대 급여비 전액환수는 부당" 첫 판결

"병원장은 명의만 대여…구체적 사정 고려 없이 병원장 책임만 묻는 것은 재량권 남용"

2020-06-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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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거짓 또는 부당한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병원 개설명의인인 의사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징수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구 국민건강보호법상 부당이득징수 처분 대상이라는 점과, 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징수 처분은 재량행위이기 때문에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처음으로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모 요양병원 병원장 A씨가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요양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징수 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이러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개설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면서 "구 의료법은 이 점을 반영해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비의료인 개설자에 비해 가벼운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구 국민건강보험법 52조 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 중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개설명의인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의료인이 아닌 B씨가 개설한 요양병원에 명의를 빌려주고 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3년 9월 공단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자신에게 징수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 2심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고, 개설명의인에 대해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시, 원고패소 판결하자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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