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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시민단체 "산업기술보호법, 유해물질 알 권리 침해"

"노동자 생명·안전 위해 정보 공개 필수"…헌법소원 청구

2020-03-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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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가 5일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면서 산업기술보호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유해물질에 대한 알 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이라고 밝히면서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8월2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시 추가된 제9조의2(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의 공개 금지) 조항을 비롯해 제14조 제8호(산업기술 포함 정보의 취득 목적 외 사용 또는 공개 금지)와 제36조 제4항(동 처벌조항), 제34조 제10호(정보공개청구 등 업무수행자가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 경우 누설 또는 도용 금지) 등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자운 반올림 변호사는 제9조의2 조항이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지정 방식은 매우 추상적·전문적이며 광범위한데, 그 '관련성'에 대한 판단 기준조차 전혀 제시되지 않아 비공개 정보의 대상 범위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며 "법 집행 당국이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사업주 등이 자의적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핵심기술 보호란 목적 자체는 정당할 수 있으나, 그 기술 보호와 무관한 정보까지 비공개될 수 있어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국민의 생명·건강에 관한 정보는 예외적 공개 대상으로 하는 등 알 권리 등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며 "관련 기술 보유 사업장에 관한 알 권리가 전면적으로 배제될 수 있어 보호법익 간에도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조항에 대해서도 "구성요건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으나, 그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산업기술 관련 소송', '산업기술을 포함한 정보',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 '제공받은 목적외 다른 용도' 부분도 매우 불명확해 금지 대상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자의적 법 집행이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기술 보호란 목적 자체는 정당할 수 있으나, 그 기술 보호와 무관한 정보의 사용·공개 혹은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사용·공개까지 막을 수 있어 그 목적에 적합한 수단이라 볼 수 없다"며 "대상 정보의 개별적 보호 가치를 따져 비공개 대상을 판단하거나 부당한 목적이 개입된 사용·공개만을 금지해 표현의 자유 등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회견문에서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 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한다"며 "알 권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정말 필수적인데도 산업기술보호법은 그런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월19일 서울행정법원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며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직업병 입증을 위해 당연히 확인돼야 하는데 이번 서울행정법원은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을 언급하면서 비공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원회에는 반올림을 비롯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생명안전시민넷,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왼쪽 두번째) 반올림 대표가 지난해 4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졸속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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