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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완화 얘기 나온 김에 스포츠토토 이야기(뉴스북)

2024-03-11 10:04

조회수 :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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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은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꺾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럼 공식적으로 승리로 기록됐을까요? 답은 아닙니다. 정규시간 90분을 다 보낸 후에 연장전까지 비긴 상태에서 승부차기한 것으로 무승부입니다.
 
이게 승부차기는 이긴 거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도 승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인식과 정반대되는 인식들을 접해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축구 경기 연장전에서 이겨도 공식적으로는 무승부"라고 알게 된 사람들이 은근히 생긴 겁니다.
 
이런 인식이 생긴 이유는 스포츠 토토 때문입니다. 스포츠 토토에서 정규 시간에서 승부가 나야 승과 패를 인정하고, 연장전으로 넘어가면 연장전 결과가 어땠든지 간에 무승부로 간주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토토로 인해 스포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생긴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토토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스포츠 토토로 인한 영향은 밖에서 볼 때도 저렇게 뚜렷합니다.
 
최근에 개혁신당은 합법 스포츠 토토의 규제 완화를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간 자금을 끌어오자는 공약을 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생각해 볼 만한 정책이기는 합니다. 갖가지 이유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졌다가, 사이트가 '먹튀'하는 바람에 당첨되고도 돈을 못 받는 등 이런저런 일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를 완화해서 스포츠 토토가 매출 총량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고, 환급률을 늘리고, e스포츠와 종합격투기 등으로 종목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실제로 시행됐을 때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해집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도박과 같이 거론되곤 하는 마약의 경우 대마초가 있습니다. 대마초가 중독되는 정도가 담배보다 덜하고 피웠을 때 증세가 그렇게 심하지도 않아 합법화해도 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은 꾸준합니다. 하지만 대마초를 피우면 진짜 마약 경험으로 가는 초입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반박이 있습니다.
 
스포츠 토토도 마찬가지 아닐지 걱정됩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스포츠 토토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본격적인 도박에 빠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청소년들이 스포츠 도박하는 게 유행이라 사회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도 몇 년 전에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포츠 토토가 스포츠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 가치관과 행보도 왜곡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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