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이후 4년 만에 회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군사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할 전망인데, 북중러 3국의 군사협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북중러가 본격적인 결속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 치고있습니다.
북러, 무기거래 및 기술 전수 본격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정상회의가 성사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첩보 내용입니다. 통상 푸틴 대통령이 행사 본회의 당일에 참석해 연설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러 정상회의는 12일이 가장 유력합니다.
지난 8월 말 북한 지도부 경호 담당자들을 포함해 약 20명의 북한 대표단이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뒤 모스크바로 이동했는데,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를 위한 사전답사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7월 27일 북한 '전승절'에 방북했고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양국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후 지난달 15일 러시아에서 열린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를 거치며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러시아로 초청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보내고 러시아는 북한에 인공위성·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해 미국 백악관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북한의 무기 제공 가능성에 대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과 관련해 양국 간 논의가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면서 "북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북러 연대서 북중러 군사훈련으로?
미 백악관은 북러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훈련이 성사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과 연합 군사훈련 개최를 논의 중이라는 쇼이구 국방장관의 발표에 "내가 아는 한 러시아는 북한과 더 많은 군사 훈련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확인되는 한 북한은 타국과 연합훈련을 벌인 전례가 없습니다.
문제는 북러 군사 훈련을 넘어 사상 첫 '북중러 연합훈련'이 성사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겁니다. 국정원은 지난 4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방문해 김정은을 면담할 당시 북중러 연합훈련 공식제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한미일 정상회의와 같은 3국 안보협력을 놓고 북한이 위기의식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중러가 한미일의 '준군사동맹' 협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결속을 본격화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은 지난 3일 일본의 '군사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중러 군사 훈련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이 이런 종류의 접촉을 경계하고 관계의 발전에 대해 우려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자 정상회의와 동북아에서 미한일 간 긴밀한 관계의 여파로 중국은 이제 힘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러 군사훈련이 성사된다면 "중국이 동북아에서 이웃 국가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어 미국의 힘에 대응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에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참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전문가들 "중국 합류 여부는 지켜봐야"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북중러 군사훈련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북중러 훈련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한다"며 "중국이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러 합동 군사연습을 하게 되면 북중러 대 한미일 사이의 냉전이 본격화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바라는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 과연 북중러 군사훈련의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러시아와 공조를 취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지 중국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중·북러 방식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중국은 북중러를 묶어서 한미가 묶인 것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히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약 북중러가 이를 극복하고 훈련을 한다면 보통 수준의 전환이 아니며, 전체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에 3국 훈련을 하더라도 중국이 뒤늦게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