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24조 수주 '막전막후'…일각선 '덤핑' 논란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 '특사·친서' 총동원
미, 웨이팅하우스와 지재권 소송도 걸림돌
"한수원, 기술적 한계에 추가 비용 커질 것"
2024-07-18 17:15:58 2024-07-18 18:24:0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을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수주 후 15년 만에 쾌거'라 자평했는데요.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비밀특사부터 친서까지 보내는 적극 세일즈 외교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쟁국이었던 프랑스가 제시한 건설 비용보다 절반 되는 가격을 제시해 '덤핑'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또 우선협상자 지위 유지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이팅하우스와 송사 대응 등 최종 계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비밀특사 보내 물밑 작전…K-원전 쾌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비밀특사부터 대통령의 친서까지 노력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대통령의 친서를 품고 체코를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안 장관은 "지난 4월 체코 원전 입찰이 사실상 2파전으로 굳어지면서 이후 세 차례 체코를 방문했고, 안세진 원전사업정책국장도 여러 차례 체코로 가서 물밑 작전을 펼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친서에 적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전 정부에서 탈원전을 추진한 부분이 걸림돌이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안 장관은 "원전은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라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원전 정책이 바뀌었던 기간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체코 원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발되기 위해 비밀특사부터 대통령 친서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라카 원전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 덤핑 논란 '일축'했지만…"부인 못할 것"
 
반면 프랑스보다 절반의 가격을 제시한 것을 두고 '덤핑' 논란이 제기되자 안 장관은 "덤핑은 시장질서 교란을 위해 저가로 판매하는 것"이라며 "우리 원전 산업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에 어불성설"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체코 현지 언론(Ekonomicky denik)에 따르면 한국은 1킬로와트(kWe)당 건설비는 3400달러로 프랑스의 건설비 7500달러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덤핑'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 계약 전이라 공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체코 원전은 우리 원전과 달리 상세 설계가 들어가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설계 과정에서 수정이 많이 되면 결국 비용은 추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금액을 제시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는 17일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24조원 규모의 1000㎿급 원전 2기를 짓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또 다른 사업 예정지인 테믈린 지역의 2기 원전 건설도 한수원이 따올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습니다. 
 
이후 두코바니 원전은 연말까지 협상을 통해 내년 3월쯤 최종 계약을 하고,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이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대표는 "한수원이 아직 계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웨이팅하우스의 기술력을 우리의 기술인 것처럼 수주에 나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소송이 끝난 것이 아니라 웨이팅하우스에서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비용이 늘어날 경우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국가에서 주도한 사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손해는 모두 국비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며 "UAE 원전도 4~5년가량 공사가 지연되면서 적자는 늘어났지만 이를 지적하는 이도, 구체적인 비용 공개도 '영업기밀'이란 명목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에너지 관계자는 "체코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을 짓는다고 나섰는데, 그 비용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효율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