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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불신에 개미들 '상매도' 단체행동
상한가 매도예약·대차거래 중지…증권사 등 기관 불신이 배경인듯
2020-09-28 06:00:00 2020-09-28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공매도 제도에 불신이 깊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상한가에 매도 예약을 걸어 놓는 '상매도' 방법을 인터넷 종목정보방에 공유하면서 단체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한 상태라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게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중공업 종목토론방에선 "공매도와 싸우자" 등의 글을 남기며 집단 행동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 일례로 "25일 기준 1만7200원 또는 1만7150원에 매도 걸어두면 됩니다"라는 행동 방침이 나오자 이른바 '상매도' 인증글이 200개 가까이 올라오기도 했다.
 
25일 두산중공업 종목토론방 게시판엔 '상매도' 인증글이 200개 가까이 올라왔다. 사진/네이버 종목토론방 화면 캡처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공매도 대응 방침으로 꼽히는 '상매도'는 주식을 상한가에 내놓는다는 의미다.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인 국내에선 공매도를 하려면 남의 주식을 빌려와야 한다. 빌린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고 얼마 후 싼값에 되사서 주식을 갚는 게 공매도 전략이다.
 
이들의 논리는 주식을 내놓으면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에 빌려준 주식을 강제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이 높은 가격에라도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행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숏커버링이 일어나더라도 상한가에 주가를 내놓으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주식 대차(대여)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거나 대차 서비스를 중지하는 일명 '대차거래 중지' 방침도 있다. 본인의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차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를 중십으로 주식 이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식을 이관했을 때 다양한 혜택도 있지만 우선 내 주식의 대차거래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물론 상매도의 경우 금융당국이 내년 3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한 상황에서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 주식을 누군가가 빌려갔다 해도 공매도에 쓰였을 가능성이 적다"며 "대차거래를 통해 빌려온 주식은 공매도 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 위험분산, 상장지수펀드(ETF) 설정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상한가에 매도를 걸어놔도 시장 원리상 공매도 세력이 그 가격에 주식을 되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개장 전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마음에 투자자들이 상한가에 매수를 걸어두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치솟는 경우는 없듯, 시장 가격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진 않는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저항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엔 셀트리온 주주들이 대차거래 서비스가 없는 증권사로 갈아타는 캠페인을 벌였다. 상매도 역시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주주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활용되던 공매도 대응 전략이다.
 
공매도 저항 해프닝 배경에는 증권사 등 기관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에이치엘비 주주들이 신한금융투자가 대량 매도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변종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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