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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행정부가 중심을 잡아야한다
2020-09-22 06:00:00 2020-09-22 06:00:00
생애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딸아이의 소중한 보물창고에는 바비 인형이 아닌 백악기 공룡들이 즐비하다. 우리딸은 요샛말로 ‘공룡 입덕’ 아이다. 딸아이는 발걸음을 떼기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글리한 공룡에 애착을 보였다.
 
외우기도 어려운 공룡이름을 교도(敎導)까지 한다. 하루일과 중 그림에 심취할 때도 작품은 공룡이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공룡을 그린 딸아이는 문뜩 나를 향해 ‘공룡이 세균들 다 잡아줄 거야. 아빠·엄마 지켜줄거야’라고 말한다.
 
5살짜리도 코로나를 알정도로 일상은 온통 걱정 투성이다. 아침 출근길 승강기에 몸을 맡길 때도, 문고리를 잡을 때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의지한 채, 일상을 접한다. 대면 관계가 멀어진 일상에서는 점심시간도 스트레스다. 때문에 아내가 손수 챙겨준 도시락은 안도의 숨과 같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돌리던 나이 지긋한 선배의 입에서는 연신 육두문자가 쏟아진다. 별일 아닌데도 화를 내니 ‘코로나 레드(분노표출)’까지 치닫는 모양이다. 슈퍼바이러스의 창궐로 뒤바뀐 우리네 일상은 고립감으로 ‘코로나 블루(불안·우울감)’, ‘코로나 레드’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분노의 감정은 방치할 경우 정신 건강을 해치고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저 멀리 정치권에서 들리는 정쟁 탓에 화(火)를 참을 길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온통 카투사 얘기뿐이다.
 
특히 사상 최대 추경이라고 여론몰이를 하더니 ‘나랏빚 눈덩이’로 국가채무가 불안감으로 둔갑됐다.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지면 늘 역대 최대가 아니던가. 막대한 부채·예산 투입으로 문재인 정부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는 주장도 기가 차다.
 
정부채무·공기업채무·가계부채를 모두 합친 역대 부채 증가액을 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연 139조원, 박근혜 정부 141조원, 문재인 정부 126조원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데이터에도 정부·가계·기업 등 한국의 총 부채율이 43개국 중 가장 낮은 23위다.
 
재정건전성이 우리나라보다 건전한 나라가 몇이나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은 심폐소생이자 경제치료제로 통한다. 더욱이 감염병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쟁은 한 술 더 뜬다. 잇따른 추경 탓에 재정건전성의 우려심은 국민 불안감으로 편승시켜 ‘재정준칙’까지 거론하고 있다. 논쟁의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상한을 설정해 재정의 역할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즉, 화마로 휩싸인 한 마을을 진화하기 위한 물 사용이 제한된 것과 진배없다. 선진국들도 재정준칙을 채택하고 있다는 논리에 실상은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경제는 심리,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민생을 맡겼더니 당리당략 블랙홀에 빠진 정치세력에 이제는 신물까지 나온다. 일을 맡긴 의원들보다 한 지자체장의 민생안이 박수를 받는 것은 왜 일까.
 
어글리한 공룡보다 못한 그들 사이로 행정부가 제대로 된 중심을 잡아야할 것이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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