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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갈길 가자"…삼성·LG, 디스플레이 각자도생
삼성·LG, 차세대 스마트폰 계열사 패널 안써
원가절감 위해 자체 개발·중국 패널 수급량↑
2020-09-21 06:01:04 2020-09-21 10:08:5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 사의 디스플레이 부품계열사를 통해 매입하는 패널의 비중을 나날이 줄이며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다. 최근 가격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TV와 스마트폰 등 세트제품의 주요 경쟁 요소로 부각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LG 윙'에는 중국 BOE의 디스플레이가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LG전자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의 HE사업본부, MC사업본부, VS사업본부(구 VC사업본부)의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및 패널 매입 비용은 2018년 6조3706억원에서 지난해 6조4677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LG디스플레이의 LG전자향 매출액은 2018년 1조2151억원에서 지난해 9474억원으로 22%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판매한 금액은 33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20억원에 비해 38%가량 감소했다.
 
이는 최근 LG전자가 LCD TV와 스마트폰의 원가절감을 위해 패널 제조사의 다변화를 추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의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설비와 연구개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대신 패널 단가를 대폭 낮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BOE의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단가는 국내 제품의 60~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전자는 올해 상·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과 'LG 윙'에도 BOE의 패널을 채용한 것으로 아려졌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폼팩터 혁신작으로 내년에 공개할 예정인 '롤러블폰'의 패널 개발에도 BOE와 협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과 중국 업체 등 신규 패널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이며 생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사업에서는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11 프로에 패널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 아이폰12 일부 모델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공급량은 전년보다 4배가량 확대된 20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강점인 대형 OLED 사업에서는 'OLED 대세화'를 내걸고 OLED TV 진영의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 '더 월' 292형.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각자도생' 기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CE부문의 디스플레이 패널 주요 매입처는 대만 AUO와 중국 BOE가, IM부문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주요 매입처에는 중국 BOE와 CSOT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TV에 공급하는 패널은 전체의 30~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미래먹거리로 개발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  관련 사업도 삼성전자와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내세우는 'QLED-마이크로LED'의 TV 투트랙 전략을 고려할 때 QD디스플레이의 설 자리가 없다는 측면에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번인현상이라는 고질적인 단점을 지닌 OLED TV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해온 만큼 이를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열린 CES 2020 현장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도 "OLED는 안 한다"고 언급하며 이 같은 뜻을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채용할 첫번째 고객사로 중국 TV 업체 TCL 등이 거론되고 있다. TCL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공장을 인수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밖에 소니, 파나소닉에도 10형 크기의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보여주는 등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스마트폰인 '폴더블 폰'의 디스플레이 패널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커버 윈도 핵심 소재인 'UTG'를 삼성전자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코닝 유리 원장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UTG를 생산해 단가를 낮출 방안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와 같은 전자 기업들이 자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공생하자는 기조일 수는 없다"면서 "특히 최근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 업체들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향후에도 프리미엄 라인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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