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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케이 마담’ 엄정화, 섹시+코믹+액션 ‘삼박자’ 완성
“5년 만의 스크린 주연 컴백, 여성 ‘원톱’보다 액션에 더 끌렸다”
“정말 보고 즐기시라고 만든 영화, 큰 메시지보단 즐거움 ‘우선’”
2020-08-13 00:00:10 2020-08-13 00:00:1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그가 출연한 코미디라면 믿고 봐도 된다. 기록이 그렇다. 또 흥행이 그렇다고 증명한다. 가요계의 원조 섹시퀸이란 타이틀이 아직도 유효하지만 유독 그가 영화계로 넘어오면 코미디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아마도 인간미에서 그런 강점이 제대로 살아나는 것 같다. 무대에서의 그의 존재감은 3분 가량의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뭔가 강렬하고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에서 그 동안 제대로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오죽하면 엄정화표 코미디란 찬사도 사전에 올라와 있는 말처럼 영화계에 통용되는 단어가 됐을까. 그래서 코로나19’로 한국영화계가 신음하고 국내 극장가의 고사 위기가 떨쳐지는 순간에도 오케이 마담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는 문제 없어정도다. 당초 올 여름 한국영화 3’에서도 이 영화는 논외 대상이었다. 하지만 개봉 직전 열린 언론시사회 이후 분위기가 역전됐다. 이 영화가 올 여름 제대로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고.
 
배우 엄정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개봉을 앞두고 만난 엄정화는 너무도 오랜만의 영화 출연에 정말 제대로 들떠 있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미쓰 와이프이후 5년 만의 주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원 톱 주연, 더욱이 여성이 주연인 코미디 영화는 터부시되는 것을 넘어서 제작 자체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장의 탄력의 위축돼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 엄정화에게 다가온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소중한 기회에요. 여성 주연의 코미디 영화, 더욱이 제가 그렇게도 해보고 싶었던 액션 영화에요.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웃음). 출연 계약서 도장도 찍기 전에 액션 스쿨 등록 도장부터 찍었어요. 하하하. 평소 운동을 정말 많이 해서 체력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죠. 하다 보니 뭔가 늘어가는 느낌도 받았고. 진짜 액션의 통쾌함이 와우(웃음)”
 
영화 속 엄정화는 남편 박성웅과 달달함을 넘어서 닭살 돋는 애교 부부로 출연한다. 영천시장에서 꽈배기를 파는 억척스런 주부이지만, 남편에게만은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보미영이다. 엄정화는 과한 애정 표현과 코미디에 다소 걱정을 하면서도 영화 속 미영의 주변 상황을 고려한 나름의 설정이었다며 설명한다. 특히 액션까지 더해지는 후반부의 반전도 고려했다고.
 
배우 엄정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금은 좀 걱정이 되요(웃음). 촬영할 때는 우리끼린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웃으면서 촬영했는데, 언론시사회에서 보니깐 너무 과했나싶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뭐 다행히 기자님들이 너무 많이 웃어주셔서 제대로 한 건가싶기도 한데. 미영이가 남편의 사랑만 받아온 정말 러블리한 캐릭터라 뭔가 발랄한 느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또한 후반부의 액션 장면에서의 반전도 고려했죠. ‘저런 사람이 저런 액션을?’ 같은 느낌이 오도록.”
 
이 영화에서 엄정화의 액션을 빼놓고 얘기하는 건 팥 없는 찐빵수준. 그의 액션은 화려하면서 통쾌하고 또 타격감 넘치는 코믹+강렬함이 모두 담겨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엄정화의 액션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분명히 선택의 폭을 좁혀 줄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출연 계약서보다 액션 스쿨 등록서에 도장을 먼저 찍을 정도로 액션에 심혈을 기울인 엄정화였다.
 
정말 준비 많이 했었죠. 그런데 현장에 오니깐 정말 다르더라고요. 우선 비행기 세트가 그렇게 좁은 줄 몰랐어요. 비행기 화장실은 뭐가 그렇게 좁은지 하하하. 무술감독님이 고생 많이 하셨어요. 배운 걸 제대로 써먹자는 마음에 정말 열심히 했는데 사실 촬영에서 무술감독님에게 혼도 많이 났어요. 자꾸만 제가 리듬을 탄다고. 하하하. 모니터를 보니 진짜로 그러더라고요(웃음). 안무 연습을 하면서 익혔던 습관이 나와서 진짜 고생 많이 했죠 뭐.”
 
배우 엄정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액션도 액션이지만 오케이 마담은 코미디도 진국이다. 엄정화의 코미디는 이미 충무로에서 정평이 나 있는 킬러 콘텐츠다. 여기에 액션 느와르 전문 배우로 알려진 박성웅이 상대역이다. 자칫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박성웅을 제대로 아는 관계자라면 배꼽부터 잡을 준비를 한다. 박성웅처럼 코미디 감각이 넘치는 배우도 사실 충무로에선 드물다. 엄정화 역시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제가 코미디를 할 때 상대역 복이 좀 있는 거 같아요. 이번엔 성웅씨가 너무 잘 받아 주셔서 진짜 코미디는 제대로 터지겠다 싶었죠. 그 덩치가 실룩거리면서 애교를 부리면 정말 너무 웃기고 귀엽기도 하고. 하하하. 저한테 자꾸 누나 누나 거리면서. 어휴 진짜. 오죽하면 제가 성웅씨 볼을 꼬집으며 예쁘게 생겼으면 다야란 애드리브도 했겠어요. 그게 진심이에요. 하하하.”
 
남편 박성웅에 대한 칭찬이 끝나자 딸로 나온 아역 배우 정수빈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정수빈의 존재감은 한 마디로 야물딱진모습 그대로였다. 엄정화의 액션, 그리고 박성웅의 코미디에 언제나 정수빈의 양념 같은 연기가 더해지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엄정화는 정수빈 얘기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중에 제대로 사고칠 배우라고 소개했다.
 
배우 엄정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우리 수빈이 정말 잘했죠(웃음). 얘가 낯도 안 가리고 긴장하는 것도 없고. 너무 잘했어요.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춤춰보라고 하면 춤도 추고. 촬영장 자체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너무 웃긴 게 전체 회식을 하는데, 끝까지 앉아 있는 거에요. 하하하. 얘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좋고, 또 연기 하는 것 자체가 그냥 좋은가 봐요. 나중에 정말 크게 될 배우 같아요.”
 
오랜만에 대놓고 즐길 만한 오락 영화가 나왔단 점에서 영화계 관계자들도 관심을 두고 있다. 어떤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아니다. 무언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스토리도 아니다. 그저 극장에 와서 두 시간 동안 재미있게 일상을 잊고 크게 웃으며 관람만 하면 된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아직도 코미디에 대한 잣대가 너무 엄격한 것 같다며 조금은 서운해 했다.
 
배우 엄정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래서 아직도 사실 긴장이 많이 되요. 어떻게 보실지. 요즘 같은 시기에 극장에 많이 와주세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도 죄송스럽잖아요. 저희 영화는 그냥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인데, 영화적으로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서 혼을 내시면 좀 아쉽죠. 혼이 날 부분이 있다면 혼이 나겠지만 그냥 오셔서 즐겨주십사하고 만든 영화이니 너그럽게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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