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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배출가스 합의금' 11조 지급 완료
독일도 "차량 구매비용 지급" 최종 판결…국내 항소심 진행 중, 재판 결과 주목
2020-08-05 03:00:00 2020-08-05 03: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해외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소송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재산상 손해와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법원에서는 1심이 소비자들의 손해를 제한적으로 판단했으나 이 같은 사례들이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최근 폭스바겐이 47만대의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해 98억달러(11조7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2016년 미국 법원이 디젤차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비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폭스바겐에 대해 147억달러(17조5000억원) 상당의 리콜 및 보상금 합의안을 승인한 데 따라서다. 민형사상 벌금 43억달러(5조1000억원), 주정부들에게 지급하는 손해배상 합의금 8200만달러(979억원) 등은 별도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016년 9월2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저감장치 불법조작 규탄 및 엄정한 국정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독일연방대법원도 "폭스바겐은 원고가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할 때 지불한 비용에서 사용 기간 중의 효용(감가상각비)을 뺀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6만여건의 비슷한 소송이 하급심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대법원 판결 후 성명을 내고 관련 차량 소유자들에게 적절한 제안을 해서 신속하게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국내에서는 100만원어치의 바우처(쿠폰)를 지급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을 뿐이다. 환경부로부터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폭스바겐이 해외와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온도차는 법원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까지 크게 4건의 폭스바겐 관련 판결이 이뤄졌다. 지난해 7월 가장 먼저 이뤄진 판단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6부(재판장 김동진)는 폭스바겐에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차량 매매 대금의 10%를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이후 8월과 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2부(재판장 이동연)와 민사31부(재판장 조미옥)는 모두 "원고들에게 차량 1대당 1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친환경적 디젤 엔진 차량이라고 광고한 표시광고법상 기만행위와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은 소비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인정했지만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형사재판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로부터 26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박모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징역 2년, 폭스바겐 인증 담당이었던 윤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다만 기소된 직후 독일로 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에 대해서는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들 사건들은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을 대리해 민사소송 1심을 진행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은 해외와는 달리 한국에서 소송 중인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배상도 하지 않는 입장을 지속하며 차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에 환경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법원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법이 독일법에 근간을 두고 있는 만큼 독일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단이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져 1심이 파기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또 있다. 유럽연합 최고재판소(ECJ)에서는 연내 대기 온도에 따라 임의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설정이 불법조작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하 변호사는 "ECJ 판단이 내려지면 환경부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해 부실 검증을 실시했다는 점도 밝혀진다"면서 "환경부와 폭스바겐은 또 다른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소유주들은 환경부를 상대로 환경부가 리콜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청구를 각하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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