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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수도이전은 기득권 다툼이다
2020-07-29 15:22:30 2020-07-29 17:26:27
손바닥이나 손등을 뒤집어도 손은 손이다. 전철을 지금 타나 나중에 타나 정해진 노선은 같다. 부동산 중화제로 행정수도 이전을 꺼냈다고 균형발전을 위한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미래통합당은 지금 시점에서 나온 행정수도 이전이 국면전환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했다. 이는 수도 이전 자체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난다. 그럼에도 이를 이전 반대 명목으로 내세운다. 통합당이 본질을 떠나 비꼬기만 한다면 국민에겐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비칠 것이다. 그래서는 합리적인 보수 이미지도 얻기 어렵다.
 
통합당은 또 수도 이전으로 세종시 투기만 부풀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해법으로 장기적인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내놨다. 서울과 수도권 공급대책이 수도권 과밀을 가중시켰다는 점은 모른 체한다.
 
수도권 공급은 개발호재로 작용하고 이런 집중은 지방 쇠퇴와 맞물려 지방 소멸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오래된 공급대책을 꺼내기엔 지금 시대상황도 너무 바뀌었다.
 
과거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은 지방의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 기반 시설을 이전하는 식이었다. 실제 이에 따른 집적효과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대도시에도 나타났다. 그러다 신흥국 성장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전통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이런 집적효과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대부분 광역시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방 거점 도시들의 인구 감소는 단순히 출산율과 노령화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균형발전이 저해되며 집적효과가 약화됐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상대적으로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은 광역교통망으로 연결된 직주근접, 일자리와 소비 상호작용으로 인구가 늘며 집적효과가 극대화 되고 있다. 여기에 공급확대로 불을 지르면 그나마 남은 지방 수요도 빨아들일 것이다. 대책 효과 없이 불균형만 심화된다.
 
빅데이터, 4차산업, 언택트 산업 등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인구가 모이고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환경에서 데이터 축적이 더 잘 이뤄지면서다. 4차산업 시대 공급자나 플랫폼도 정보와 소비가 밀집된 지역에 집중된다. 이들은 기간산업처럼 지역경제 눈치를 살필 것도 없다. 예를 들어 쿠팡 같은 물류 기업은 배송수요 근접지에 물류창고를 지을 것이고 그에 따른 집적효과가 중첩될 것이 예측 가능하다.
 
최근 리얼미터 설문 결과,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54.5%가 공감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서울 거주자 중 비공감 답변이 69.3%였다. 이는 유독 서울 주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애초에 부동산 대책은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서울 집중의 배경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중추적 기능과 상징성이 결합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타당하다. 이런 위상으로 서울은 지방과 상하관계를 취한다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기능과 혜택을 놓기가 어렵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고 싶어도 일자리 때문에 묶여 사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높은 주거비용을 대며 허리가 휜다. 이런 수요를 이용해 또 집값이 오른다. 그로 인한 갭차이는 서울과 수도권, 강남과 비강남 등 역내 또다른 계층 갈등을 유발한다. 지방은 아예 소외된 채다. 인구과밀로 인한 사회문제나 지방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또다시 공급대책을 꺼내는 건 결국 기득권 때문이다.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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