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소문난 잔치' 부동산을 식힐 방법
입력 : 2020-07-06 14:15:09 수정 : 2020-07-06 16:59:21
부동산 투자심리가 너무 과열됐다. 누가, 어디가 몇억씩 오른 가격에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문 뉴스에서 보고 그러려니 넘겼다. 하지만 요샌 내가 속한 단톡방에서 실시간으로 눈에 박힌다. ‘우리 동네 어느 아파트가 신고가를 냈다더라', '일주일 새 몇천이 올랐다더라.' 그러니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을 사지 않으면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고, 영영 집을 사지 못한 채 남들 자산 불릴 때 나만 월급 모으다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 같다. 서울 내 아파트가 몇십억이니 내가 가진 자산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내가 가진 현금, 예금이 언제 휴지조각처럼 될지 몰라 나도 서울 내 아파트 실물을 가지고 있어야 계층 현상유지라도 하겠다고 여긴다. 그래서 지금은 투기꾼, 일반인 할 것 없이 부동산에 쏠렸다.
 
규제도 잘 안 듣게 됐다. 부동산 전문업체 부동산114'과거 대책이 발표되면 시장이 일단 냉각됐던 것과 달리 이번 6·17 대책은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2·16 대책은 발표 직후 서울 매매가격 상승폭을 크게 둔화시켰고, 올해 3~5월에는 약세장을 이끌기도 했다. 반면 6·17 대책은 발표 직후에도 매매가격 상승폭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두고 계층사다리를 끊었다는 일부 부정적 여론이 사실 여부를 떠나 시장에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의 지인은 수도권 지역 전세매물을 알아보려는데 집 보러 가겠다고 집주인에게 몇 주 사이 문의할 때마다 전셋값을 몇천씩 올리더라고 했다. 그 몇 주 사이 실질 매물가치나 입지가 바뀌었을 리 없다. 집주인은 시장 분위기를 보고 그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사례지만 이런 소문들이 모여 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소문이 커질수록 집주인은 더욱 자신이 공급자 우위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호가를 높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으나, 시장은 21번을 수정했다며 호들갑을 떨고 이런데도 안 통한다고 투자심리를 부추긴다.
 
돌이켜보면 규제는 심리가 약할 때만 효과를 냈다. 전두환 정부 시절 1982년대 말 민영주택에 대한 채권매입제도 등 투기억제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82년부터 2년간 서울 주택가격은 40.6% 급등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1988년 총통화증가억제, 투기억제지역 확대, 양도세 중과, 투기꾼 및 부동산 업자에 대한 세무조사강화 등 규제를 시행했다. 1989년에는 또 토지공개념과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규제 직후 토지가는 오히려 급등했다가 92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것이 규제 효과인지 거시적 경제여건 탓인지 해석하기 나름이다. 김영삼 정부 때도 토지공개념법제 제정 및 시행이 이뤄졌다. 그러다 지역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등 부동산 침체기가 심화됐다. 주택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아 불황이 김대중 정부까지 이어졌다.
 
역사는 주택 규제가 부동산 심리와 맞물려 시장에 단기적 영향을 미칠 때가 있고, 장기적 불황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규제 효과가 클 때는 주로 경기가 불안해 투자심리가 약했을 때다. 투자심리가 가라앉지 않으면 규제 효과는 단기에 그칠 확률이 높다.
 
이런 심리 작용은 문재인정부 들어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언택트 소비 등 초고속 디지털 시대를 타고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감염 형태로 변형돼 방역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세계 학자들이 주장하듯 요즘 부동산 시장도 디지털을 타고 변형됐다. 시세차익에 혈안인 투기꾼들이 부동산 심리를 조장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증시가 코로나발 경기 우려에도 V자 반등한 것처럼 지금 경기 침체는 부동산 심리를 꺼뜨리기에 역부족이다. 그동안 수십억 차익을 봤다는 충격사례가 SNS와 온라인상 광범위한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돼 진정시키기 힘들다.
 
투기심리를 꺼뜨리는 인위적 수단은 금리다. 연간 5000만원 임대수익을 내는 아파트를 환금해 은행에 예탁한다고 하자. 은행이자가 5%일 때 5000만원 이자 수익을 내려면 예탁금은 10억원이어야 한다. 즉 아파트 매물 가치는 10억원이다. 마찬가지로 은행이자가 1%라면 아파트 가치는 50억원이다. 제로금리에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금 금리를 올리기엔 코로나발 경기 우려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유동성이 갈아탈 대체시장이 필요하다. 기업은 투자하면 세금도 낮춰준다. 주식, 펀드도 기업에 자금을 대는 투자다. 부동산을 잡으려는 지금 주식 투자에 대한 보상은 커녕 찬물을 끼얹는 정책은 시기상조다.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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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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