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익명 뒤에 숨은 몹쓸 짓' 이제 그만
입력 : 2020-03-30 06:00:00 수정 : 2020-03-30 11:35:32
익명성.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다. 자신이 어떤 말을 내뱉어도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는 인터넷의 대표적 특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감출 수 있다보니 특정인에 대한 의견을 나타내기가 오프라인보다 수월하다. 오프라인에서는 상대방을 마주하고 말을 하다보니 더 조심스럽다. 내뱉은 말은 그 즉시 자신의 책임이 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특정 사안이나 사람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사회의 부조리나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고발해 이를 바로잡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사회는 안타깝게도 익명성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다. 오프라인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험한 말들을 온라인에서는 쉽게 내뱉는다. 자신을 숨길 수 있어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급기야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자사 포털 사이트의 연예뉴스에서 아예 댓글을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포털의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뉴스 못지 않게 누리꾼들이 즐겨보는 콘텐츠 중 하나다. 포털들은 부정적인 효과로 인한 지적을 계속 받으면서도 이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트래픽 유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트래픽은 포털들의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악플로 인한 폐해가 너무 커지자 결국 이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댓글을 쓰지 못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각종 커뮤니티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디지털 성폭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간의 메신저 대화나 비밀 단체방은 단속의 손길도 미치지 않는다. 개인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네이버·카카오 등의 기업들도 들여다 볼 수 없다.
 
온라인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해 처벌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개인의 성숙한 의식이다.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인물들도 결국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사람이며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환경에 노출되는 어린이들에 대한 미디어 윤리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정부가 대화방 참여자 전원 공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 텔레그램 기록 삭제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익명성 뒤에 숨어 성착취 영상을 즐겼던 이들이 자신의 행적이 노출될까 두려워 증거를 없애려는 시도다. 네이버가 최근 자신이 쓴 댓글 이력과 닉네임을 공개하기 시작하자 자진 삭제하는 댓글이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IT 강국과 인터넷 강국임을 자부한 한국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온라인에서 익명의 다수로부터 공격받는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자신의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치를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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