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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 하도급 갑질 제재 촉구"…조성욱 공정위원장 응답할까
2월12일 심의했는데…40여일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피해업체들 "신속한 결과 발표·사실관계 정정" 촉구
2020-03-26 06:15:19 2020-03-26 06:15:1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달 12일 전원회의에서 심의한 삼성중공업 ‘하도급 갑질’ 관련 결과 발표가 ‘감감무소식’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도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12월4일 심의 뒤 같은 달 19일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발표가 이뤄진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삼성 피해협력사들은 조성욱 공정위원장을 상대로 공문을 보내 신속한 심의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삼성중공업 피해협력사대책위원회는 25일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조 위원장 앞으로 ‘삼성중공업 하도급법 위반 심의결과 발표 촉구 및 사실관계 정정 요청’ 제하 공문을 지난 23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달 공정위 심판정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공표명령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등의 제재 조치가 언급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을 통해 14~30일 이내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4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책위는 심의 당시 ‘대금 후려치기’ 판단의 기준이 된 제조원가 산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사실관계 확인과 정정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특잔업 시 가급 50%, 야근 시 가급100%, 주말·공휴일 유급과 상여 및 퇴직금 등을 포함하면 (당시 산정한 제조원가는) 실제와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전체 피해협력사 시급기준도 아닌 4개 협력사 중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업체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또 “심의에서 대다수 위원이 2017년 대우사건의 대법원 판결 내용과 관련한 대응 발언을 하는 등 법원에 대한 과민한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2008~2009년 89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인하했다며 과징금 267억원 부과 등의 제재 결정을 했으나, 4년간 법정다툼 끝에 대법원이 공정위 결정을 취소 판단하고 대우조선에 과징금과 이자 300억원을 돌려주라고 명령한 바 있다.
 
대책위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내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3~4년 전에 수주한 물량으로 최대 호황기였던 2008~2009년 대우조선 위반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법행위가 조금이라도 개선·해소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과 합당하고 실제적인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중공업 피해협력사대책위는 몇 달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지속해 온 규탄집회를 코로나 위기 중에도 접지 못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피해협력사 대책위원회 제공
 
현대중공업 협력사인 청명기업의 김익영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울산조선소 앞에서 텐트 시위를 해오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2월 말일에야 철수했다. 사진/청명기업 제공
 
 
조선3사의 하도급 ‘갑질’ 문제는 전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으로 있던 2018년부터 ‘근절’ 의지를 밝혀온 사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조선3사의 2016~2018년 하도급 거래 내역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 그해 12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 부과 등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삼성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건도 전원회의 상정은 됐지만 심의일은 현재 미정이다. 
 
그러나 제재 결정이 지연되는 삼성 건에 앞서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실제론 의결사항에 해당하는 아무런 행정처분도 이뤄진 게 없다. 공정위 제재는 법원의 판결문 격인 의결서가 회사에 전달되는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3개월 넘도록 의결서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의 우려처럼 일각에선 공정위가, 과거 대우조선 제재가 법원에서 취소된 데 대해 부담을 느껴 과징금 산정 근거 등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불복 소송은 의결서 내용에 반박하는 논리로 제기되는 만큼 의결서 작성에는 더욱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대형로펌 김앤장을 방패로 공정위 결정을 뒤집었던 대우조선은 공정위가 지난 2018년 12월 발표한 108억원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에 대해서도 불복해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공정위 의결서를 받는 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공정위 제재 결과를 근거로 회사와의 합의나 민사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으려던 협력업체들로선 속이 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140여개 사내협력사 중 몇 개 업체는 끝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이달 말 폐업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피해협력사대책위는 몇 달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지속해 온 규탄집회를 코로나 위기 중에도 접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건의 발표가 늦어지는 데 대해 “심의는 끝났지만 제재를 정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작업을 포함해 (위원들 간) 합의가 좀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코로나도 있고 전원회의가 밀려 있어 날짜를 확정하진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의결서에 대해서는 “많이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생태계 구현을 위한 2020년 공정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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