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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무열이 ‘정직한 후보’의 ‘히든카드’인 이유
주변 사람 모두가 반대했던 코미디…“사실 코미디 익숙하다”
“아버지 오랫동안 보좌관 생활…결코 낯설지 않은 직업이다”
2020-02-19 00:00:00 2020-02-1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영화를 한 번 크게 웃고 한 번 크게 놀란다. 우선은 주연 배우 라미란의 원맨쇼에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또 한 번은 김무열에게 놀란다. 그는 지금까지 데뷔 이후 스크린에서 나쁘고 어둡고 강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돼 왔었다. 스스로가 ‘평범한 외모가 가장 약점이다’고 할 정도로 그는 어떤 영화 속에서든 정형화된 이미지로 소비돼 온 대표적인 배우다. 그래서 놀라웠고, 그래서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였다. 도대체 이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정직한 후보’에 캐스팅을 했을까. 감독의 눈이 궁금해 질 정도였다. 사실 김무열은 코미디에 강점을 가진 진짜 웃긴 남자였다. ‘무대’가 고향인 그는 과거 뮤지컬에선 여러 차례 코미디를 소화해 왔다. 하지만 영화로 넘어오면서 코미디와 만날 기회가 적었단다. 그래서 ‘정직한 후보’를 통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정직한 후보’의 ‘히든카드’가 김무열이란 사실은 영화를 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NEW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김무열이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에서 힘을 주지 않고 인상을 안 쓰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욕도 하지 않았다. 너무 행복했단다.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이 장르에 간간히 출연해 왔다. 하지만 영화로 넘어오면서 불가분하게 코미디와 멀어졌다. 그래서 출연 제의가 너무도 감사하고 고마웠다.
 
“감독님이 예전에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셨어요. 직접 쓰셨던 ‘김종욱 찾기’도 제가 했었거든요. 그 때문에 절 많이 알고 계세요. 영화에선 제가 어둡고 심각한 역으로만 나왔는데 이런 밝은 역을 제안해 주신 게 절 잘 알고 계셔서 그런 거에요. 사실 제일 우려했던 사람들은 소속사 식구들이에요(웃음). 다들 ‘괜찮겠냐고’해서. 하하하.”
 
소속사의 우려와 달리 영화는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에 발길을 끊은 관객들조차 ‘정직한 후보’의 웃음과 재미에 귀를 기울였다. 이 영화에서 김무열을 라미란이 연기한 국회의원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을 연기한다. 허우대 멀쩡하고 잘생긴 외모,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당끼 넘치는 매력. 문제는 주상숙의 좌충우돌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곤욕이다.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저도 제가 그렇게 웃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는 게 참 어색하긴 했어요(웃음). 글쎼요. 코미디에 대한 부담, 혹은 웃겨야 한단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희철은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인물이에요. 영화 자체가 워낙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혼자 현실에서 고군분투를 해야 했죠. 모두가 웃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배들이라, 저까지 나서서 웃겨야 할 필요는 없어 보였어요.”
 
‘나까지 웃겨야 할 필요는 없었다’고 했지만 그의 존재감 역시 ‘웃음의 미학’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았다. 라미란과 윤경호의 폭소탄이 터지고 잠잠해 질 때면 김무열의 ‘웃음 가스탄’이 터진다. 앞선 두 배우가 한 방을 터트린다면 김무열은 은은하게 웃음이 퍼지고 결과적으로 앞에서 터진 웃음의 포인트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렇게 봐주신다면 너무 감사하죠(웃음). 사실 현장에서 너무 웃어서 NG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이 영화 직전 촬영했던 영화가 스릴러였는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전 이 영화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힐링을 했어요(웃음). 사실 출연 결정은 라미란 선배 때문이에요. 선배가 캐스팅됐단 소식을 듣고 시나리오를 받았죠. 시나리오 읽고 ‘주상숙’은 라미란 외에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확신이 들고 출연을 결정했죠.”
 
배우 김무열. 사진/NEW
 
출연 결정을 했지만 쉽지 않다. 드라마에선 몇 차례 그려진 배역이다. 하지만 분명히 낯선 직업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다. 김무열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사실 그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해왔었다고. 어릴 적 그의 모습에 비춰진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이번 영화의 배역을 어렴풋이 그려낼 수 있었다.
 
“저한테는 결코 낯선 직업이 아니에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랫동안 해오신 일이라. 영화에선 밤낮으로 주상숙 의원 옆에서 일하는 고충이 많은 직업이지만, 제 기억에 아버지는 정말 가정적인 분이셨어요. 국정 감사나 선거철이면 아예 몇 달은 집에 못 들어오시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동생과 절 대리고 등산도 하시고 동네 운동장에서 농구도 하고 그러셨어요. 제가 모든 걸 이해하고 배역에 녹여 냈다고 감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분명히 이해는 하고 있었죠.”
 
웃음이 많이 터지고 분위기는 김무열이 경험했던 그 어떤 영화 현장보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만큼 치열했던 현장이기도 했다고. 웃음이 기본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에 제작진이나 배우들이나 그것에 대한 중압감은 상당했다고 한다. 조금만 의심이 든다면 배우들과 감독 그리고 제작진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선택을 했다고.
 
배우 김무열. 사진/NEW
 
“일단 감독님이 워낙 열려 있으셔서, 저희가 조금만 의견을 내도 거의 대부분을 수용해주셨어요. 몇 번은 치열하게 의견이 갈리기도 했는데 그때는 현장의 막내 스태프 의견까지 수렴하면서 가장 좋은 걸 찾으려고 노력했죠.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차 안에서 저와 미란 누나 그리고 경호형이 함께 차 안에 있는데, 미란 누나가 발을 올리는 촬영이었죠. 그게 설정에 없던 건데 즉석 애드리브로 나온 장면이에요(웃음)”
 
마냥 즐겁게만 촬영한 것은 아니다. 대선배의 현장 자세에 많은 것을 배웠단다.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도 이런 점은 본받고 배울 시간이었다고. 바로 배우 나문희의 현장 자세였다. 나문희는 모든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몇 안 되는 대선배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건의 발단이 되는 키포인트를 쥔 인물로 등장한다. 김무열은 나문희를 설명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미란 누나, 경호 형의 자세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나문희 선생님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였어요. 대배우란 호칭이 아깝지 않은 선생님이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셨어요. 그건 모든 배우 스태프가 다 인정해요. 워낙 대단한 연기를 하셔서 그냥 주어진 현장에 맞게 연기를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대사를 수십 수백 번은 연습을 하셨어요. 한쪽에서 별거 아닌 대사를 쉼 없이 대기 시간에 연습하시는 모습에 정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죠.”
 
배우 김무열. 사진/NEW
 
가벼운 질문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질문이기도 했다. 거짓말에 대한 영화이기에 김무열의 거짓말이 궁금했다. 워낙 성실하고 또 착하기로 소문난 배우이기도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착한 배우 김무열이다. 살아오면서 또 배우를 하면서 거짓말을 한 경험이 궁금했다. 당연히 김무열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당연히 있죠(웃음). 그런데 잘 들켜요. 나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너무 티가 많이 난데요. 가까운 친구들도 그렇고 소속사 직원분들도 제가 거짓말을 하면 티가 그렇게 난데요. 하하하. 특히 와이프(배우 윤승아)는 저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잡아내요(웃음). 전 아무래도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나봐요. 그래도 선의의 거짓말은 좀 필요한 것 같기는 해요. 그렇지 않나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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