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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를 찾아줘’ 유재명 “악인? 구조적으론 맞다. 하지만...”
“‘홍경장’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인간 본성이다”
“‘폭력’과 ‘학대’ 그리고 ‘관계’에서 드러나는 대물림, 그걸 봐 달라”
2019-12-09 00:00:00 2019-12-09 13:45:5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끔찍했다. 배우 유재명은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악을 연기했다. 아이러니하다고 할까.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홍경장이란 인물을 이라고 쉽게 규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말했다. 어떤 생각이고 또 어떤 해석을 동반했을까. 배우 유재명에게 영화 속 홍경장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어른일 뿐이라고 전했다. 물론 분명히 다른 점은 있었다고.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따지고 들어가면 홍경장도 그저 평범한 인물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홍경장자체의 성향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었기에 때문에 그와의 인터뷰는 영화가 개봉된 뒤 꽤 시간이 지난 뒤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악이 가진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보편화된 장치가 바로 홍경장이라고 우선 단언했다. 그리고 그 말에서부터 나를 찾아줘의 홍경장은 출발하고 진행하고 또 마무리를 하게 된단다. 배우 유재명의 연기 인생에서 다시 없을 최악의 인물로 꼽히게 될 홍경장에 대한 얘기를 공개하면 이렇다.
 
배우 유재명.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유재명은 기대감을 전했다. 배우 이영애의 1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상대역으로 등장했다. 유재명 역시 이영애의 연기를 보고 또 즐기며 살아온 세대이고 또 동료배우다. 워낙 임팩트가 강한 이영애와의 만남이었기에 기대감은 숨길 수 없었다고. 하지만 진짜 기대감은 이 영화가 가진 힘에 있었단다.
 
시사회에서 본 영화의 결과물은 정말 만족스러웠죠. 결말까지 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이 워낙 강렬해서 지울 수가 없는 작품이었죠. 홍경장이란 인물 자체가 주는 메시지와 작품 자체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분명하니 관객 분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감독님이 10년 동안 손에 쥐고 있던 시나리오였기에 완성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그 완성도를 능가하는 작품이라 감사합니다.”
 
그가 연기한 홍경장은 한적한 시골, 그리고 섬의 치안을 담당하는 작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이다. 능글능글하고 유들유들한 겉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실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아저씨의 모습이고, 적당히 부패한 경찰의 모습이다. 상상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내면에 자리한 잔인한 면모는 드러난다. 누가 봐도 악인이다. 물론 유재명의 해석은 조금 달랐다.
 
배우 유재명.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홍경장이 악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느 정도는 맞지만 아닌 부분도 있다고 봐요. 홍경장 입장에서 보면 정연은 평화롭던 일상을 깨버리고 방해한 인물이에요. 홍경장은 자신과 낚시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한 것뿐이에요. 그건 인간의 본성 아닌가요. 감독님하고도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홍경장이 그저 그런 악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영화 자체가 단순하고 폭력적으로 흘렸을 거에요. 그걸 안 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 정도로 강하고 끔찍한 현실을 그린 김승우 감독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달고 달은 베테랑 유재명이지만 데뷔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라면 쉽지 않은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유재명은 이번 영화 선택이 김승우 감독이란 신인의 작품이란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김승우 감독의 고집과 신념 그리고 현장에서 보여 준 리더십이 더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이어졌다고.
 
김승우 감독은 이 영화의 질감으로 우리 사회의 끔찍함을 표현하고 싶어했어요. 사실 우리 영화가 끔찍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하지만 전 뉴스를 보는 게 더 힘들어요. 어떻게 저런 일이 있지. 어떻게 저런 사건이 벌어질까. 그런 뉴스 많이들 보셨잖아요. 배우는 허구를 만들어 내고 영화는 허구잖아요. 그런데 뉴스는 현실이에요. 허구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함과 아픔이 더 많아요. 그걸 이 영화가 표현하고 담았고 또 김승우 감독이 정말 잘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배우 유재명.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그는 영화에서 악의 정점에 선 인물이다. 본인의 생각은 다르지만 영화 안에선 분명히 그랬다. 혹시 유재명 스스로도 관객의 입장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꼽을 수 있는 최악의 인물이 궁금했다. ‘나를 찾아줘는 정연을 연기한 이영애, 그리고 이영애와 상대하는 모든 인물로 나눌 수 있는 구조의 이야기였다. 유재명은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웃음) 물론 저도 나쁜 놈이지만. ‘넙치를 연기한 김종호란 배우. 정말 끔찍하죠(웃음). 우리 영화가 어떤 결과를 받아 들인다고 해도 김종호란 배우는 정말 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의 영역과 실제의 영역이 혼재하는 이미지를 소름 끼칠 정도로 소화했으니. ‘정연의 남동생으로 출연한 허동원이란 친구도 정말 잘했죠. 그 친구가 연기한 상대적인 악함. 그 악함이 정연을 더 사지로 내모는 상황. 진짜 끔찍하죠.”
 
유재명이 연기한 홍경장이 지키고자 했던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모습도 압권이었고 악몽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진짜 악인은 그 마을 자체였고,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폐쇄적인 마을, 그 보다 더 폐쇄적인 마을의 이성적인 판단이 지금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진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유재명 역시 수긍했다.
 
배우 유재명.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만약에 어떤 기준에서 관객 분들이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더 많은 분노를 느끼신다면. 글쎄요. 제 생각에는 그들이 악인이었기에 보단 너무도 현실적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악이란 개념이 아니라. 고통이란 측면에서 그건 내게 주어진 고통이 아니라 남에게 주어진 고통이기에 기준 점이 없어서 관객 분들이 분노를 느끼시는 것 아닐까요. 반대로 그 마을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고. 우리 현실도 그렇잖아요. 나만 괜찮으면 된다. 이게 너무 팽배해요. 그게 더 처절하다고 보지 않으신가요.”
 
유재명은 인터뷰 말미 즈음 폭력성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단순하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얘기를 그리려고 했던 영화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겉모습의 강도가 너무도 쎈 느낌이라 근원적인 메시지가 희석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오래 전 군복무 시절을 언급하며 진지한 마지막을 전했다.
 
배우 유재명.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가 군복무를 할 시절에는 폭력이 일상화된 시절이었어요. 일병이 이등병 때리고 상병이 일병을 때리고. 폭력의 대물림이라고 할까요. 운동부에서 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기사도 많이 보잖아요. 폭력과 학대. 뭐가 다를까요. 이건 폭력이고 이건 학대라고. 우리 영화가 말하는 지점이 그거 같아요. 어떤 관계에서 이런 폭력이 일어나고 학대가 일어나고 그게 대물림이 되는지. ‘나를 찾아줘는 단순하게 폭력적이고 끔찍한 현실을 그린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슴 아프고 처절한 영화에요. ‘나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잠시 되돌아 보고, 또 내 주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봐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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