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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발 '정책금융 개편론' 갈등 확산
이해관계자들 "사전 논의 없는 폭탄발언" 지적…"지방이전 차단 포석인 듯"
2019-09-15 12:00:00 2019-09-15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금융권의 갈등 조짐이 커지고 있다.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합병 작업이 현실화 된다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의 산은과 수은 합병 발언에 대해 정치·금융권 관계자들은 정책금융기관 역할 중복이라는 비효율성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당사자들과 사전 논의없이 폭탄성 발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발언은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이 할 수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며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합병을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금융·학계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중복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책금융기관들은 역할 중복이라는 지적에 일부 공감하지만, 장점도 크기 때문에 통폐합은 극단적인 대안이라고 일축한다.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융 수혜자 입장에서는 여러 기관을 통해 다양한 정책금융 서비스를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며 "하나의 정책금융을 두고 여러 기관들이 경쟁하면 정책금융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전혀 논의된 적이 없는 사안이 갑자기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출입은행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동걸 회장의 발언이 나온 것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제기한 정책금융기관 통폐합론은 결론나지 못하고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당장 당사자격인 수출입은행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입은행은 조직까지 줄여가며 혁신안을 가까스로 마친 상태다. 통폐합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부담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와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산업은행은 금융위 산하이고, 수출입은행은 기재부 산하다. 기재부에 경제부총리가 있다는 점에서 부처 권력관계상 기재부가 금융위보다 한수 위다. 이 회장의 발언이 금융위 등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 기재부와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슈를 막음과 동시에 국제금융을 강화하려는 묘수로 해석하고 있다. 여전히 국회에서는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이번 총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합병은 국제금융 강화를 의미하는데, 이는 결국 이들의 본사가 서울(금융중심지)에 남아야 한다는 명분을 만든다"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금융중심지 이전의 불씨가 살아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 합병 이슈를 던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0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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